메뉴 건너뛰기

3371 : 이스라엘 37

2019.12.01 14:45

관리자 조회 수:8

사행천(蛇行川 ; meandering stream) 이스라엘 37

오전 3시 33분이다.
물론 현지 시각이다.
11월 12일(화)

예루살렘 근교 C HOTEL 호텔에서 세 번째 밤을 보냈다.
마지막 밤이었다.
오늘은 욥바로 간다. 저녁에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엊그제, 순례 일정이 9일이나 남아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던 후배들의 만면 가득했던 미소가 떠오른다. 벌써 10일 일정의 순례 여정이 그 마무리 시간을 맞는다.

여긴 호텔방 화장실이다.
화장실 변기에 걸터 앉아 글을 쓴다.

지난 순례 일정 내내, 나는 밤낮 없이 침대 머리맡 전등을 켜놓고, 영감을 득한 여행 후기를 쓰거나 사진 정리 등을 해왔다. 하여, 여행 내내 함께 동거했던 조OO 목사 수면을 방해 해왔다.

이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게 되었는데, 문득 오늘만큼은 단 한 시간만이라도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내가 화장실에 머무는 게 좋겠다 싶어서, 바닥에 앉지 못하는 좌불안석 고질병을 앓고 있는 내가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거나 해우소 벽에 기대고 서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코골이가 심하다며, 내게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생리적 수면 훼방질(?)을 염려하던 조 목사는 지난 10여 일간, 나와 동침하면서 밤새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고 혼자 불 밝혀 뭔가를 끼적대는 내게 외려 고문을 당했다. 미안하다. 조 목사는 첫날 하루 엄마 같은 아내에게서 벗어난 해방감에 반짝거리더니 왠걸 겨우 이틀도 넘기지 못하고부터, ‘아내 타령에 밥 타령’을 해댔다.

<아내 타령>

나는 이번 일정 내내 아내와 각방을 썼다. 매우 선선했다. 낮에는 더러 함께 손잡고 다니기도 했지만, 부부 유별, 불가근 불가원 - 우리 그렇게 함께 쾌적했다.

<밥 타령>

어제 벤 구리온 국립공원 한적한 곳에서 우리는 모처럼 한식 도시락을 먹었다. 근데, 나는 도시락을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짜고, 매운 염장 음식들로 꽉찬 도시락에 이곳에서 왕성했던 식욕이 일순 사라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식탁에 오른 올리브가 입에 달 정도로 이곳 음식에 쉬 적응했다. 짜거나, 맵지 않은 신선한 야채들로 가득한 식탁이 내게 시23편 푸른 초장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스라엘은 내게 육적으로도 푸른 초장이었다. 이젠 남은 겨우 세 끼, 아, 아쉽다.

실로 이상적인, 내가 꿈꾸던 순례 여행이었다.

<인카네이션INCARNATION>

먹보와 술꾼의 친구셨던 우리 주님처럼 이번 여행은 보다 더 가진, 규모가 큰 교회와 사람이 작고, 가난한 이들을 친구로 삼아 함께 놀아주며 밥 먹여주고, 재워 준, 우리 업종, 우리 동네에서는 거의 맛볼 수 없는 인카네이션(성육신)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좋은 동행자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 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하다는데, 이번 순례에 함께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기용 박미선 목사 부부>

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지방회로 오기 전, 일면식도 제대로 없었던 그를, 나는 떠도는 소리 소문만 듣고, 막연하게 그가 영적으로 ‘뜨거운’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신길교회로 왔으면 했었다. 근데 그는 따듯한 사람이기도 하다. 인간적으로 그는 ‘따듯한’ 사람이다. 매우 따듯하다. 그래 그는 영적으로 뜨겁고, 인간적으로 따듯한 사람이다. 이 목사만 따듯한게 아니다. 박미선 사모 또한 그에 못지 않다. 이 두 분의 영육간, 전인적인 따듯한 온기로 우리 약하고, 힘든 목회자 부부들이 체온을 정상화할 수 있는 무전 치유를 흠씬 받았다.

박미선 사모. 이번 여행을 같이 하면서 나는 박 사모의 지혜로운 내조와 세심하게 성도들을 돌보는 열정에 내심 크게 놀랐다. 그 약한 체력으로 몇 차례 다운 되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박미선 사모는 함께한 목회자 부부는 물론이고, 동료 목회자들의 두고 온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원격 돌봄 사역까지에도, 몸소 실행 파일 역할을 자원했다. 정말, 경이롭고, 경외로웠다.

<김진산 박사>

여행의 생명은 가이드다,라는 말이 있다. 그는 자평하듯, 과연 전설의 가이드였다. 그는 부드럽고, 깊다. 먼저, 타고 난 목소리가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다. 근 열흘을 들어왔어도 여전히 부드럽고, 달달하다. 그 기본에 쌓은 지적, 영적 내공이 깊다. 돌맹이를 떨어뜨린 한참 후에야 풍덩 입수 소리를 내는 아브라함의 우물처럼, 그 성지에 대한 지식과 영감이 아주 깊다. 김진산, 김진산 인구에 회자된 이유가 확실한 근거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에는 헬몬산 한국에는 김진산,” 군종감을 역임한 유영승 목사의 너스레 멘트에 우린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 세우신 기업, <터치 바이블>이 온 목회자와 성도들의 영육을 터치해 강건하게 해주는 성업이 될 줄 믿는다.

<쉼없이 서서>

서현철 - 서경배 두 분 목사님께서는 한 번도 앉지 않고 내내 서서, 우리를 뒷바라지해 주셨다. 특히 해찰이 심한 나를 그림자 같이 돌봐줬다. 하여, 안전 사고 한 번 없이 매끄럽게 일정이 진행 됐다.

턱 잡아 당기며, 겁박을 준다.
“걷지 않습니다.” “웃지 않습니다.”
유격 조교가 따로 없다.

감사하다.
돈궤를 맡고, 영상을 담당하는 등, 최선을 다해 봉사한 임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몸으로>

시각장애인 이광수 목사와 이경숙 사모가 드러내보인 성지 사랑, 주님 사랑이 우리를 순간순간 가슴 뭉클하게 해줬다. 감사하다. 그 긍휼하심 대한 영안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셔서. 김화숙 사모님 힘드셨겠지만 그랬어도 그 부활의 동산에서, 뒤끝 작열 박 서방 품에 안겨 행복해 하신 영화 같은 스냅이 우리 모두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행복하세요.

<일정>

쉼이 있는 여정. 여유가 넘친 유머가 풍성한, 매 순간들. 기념 교회 중심이 아니었다는 거. 날 것이 좋았다는 거.

<물>

물 값이 무려 600불이나 들었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물 한 병도 돈주고 사먹지 않았다. 죄다 공짜였다. 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헬몬 샘이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은혜였다.

<은혜 아니면>

조 목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 여행은 다시 맛보기 어려울 천국이었어,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는.”
“맞아, 근데 불평할 수가 없지, 거저 뱅기 태워주구, 거저 먹여주고, 거저 재워주는데, 어떻게 불평을”

말할 수 없지
할 말이 없지
거저, 왔는데

할 말이 없게 만든 은혜.

은혜를 알기에 순종하는 거고.
은혜를 알기에 감사하는 거고.

허니 은혜를 아는 은혜를 은혜로 받아누리길
우리는 더욱 힘써야 하고.

이미 주어진, 앞으로 주어질 주 안에서의 그 모든 것이, 모든 행사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처럼, 모두다 은혜임을 깨달아 아는 기회가 됐으면, 더할 나위 없는 은혜가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에까지 이른, 영육 간에 은혜가 충만한 성지 순례였다는 거.

그 은혜가 아니면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는 모범을 다투어 실천하려 했던, 큰 돈 희사하고 안타에 그친 도강록 선수보다, 잦은 단타로 이번 여행에 있어서 물주연 한, 한상길 선수가 스타로 등극한 이변도 있었다네,

한 선수
양 갈비는 한국에도 있다는 걸
부디 잊지 마시길

하나님께 영광
신길교회 성도님들을 축복.
모두에게 감사

이젠 로마로,
나도 끼워주세요.

 

2019.11.12(화) 오전 5:53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