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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2: 미움의 이데올로기

2021.08.18 18:06

관리자 조회 수:4

4082

현기증이 일고, 말이 막히며, 나른해지는 육신을 즐기고 있다.

주일 오후, 오전 예배 단 한 번 집례했을 뿐인데,

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해방절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윤동주 

맞다.

주검을 애도하긴 쉽지만,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기는 결코 쉽지가 않다.

하여, 불가능에 도전하다가 시인은 요절했다.

 

보다, 우리는 증오로 살아 있다. 

허니, 미워하는 미움을 미워하지 말자.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미워해야지/만일 윤동주가 그랬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거다. 

미워함으로 살아 있었을 거다. 전혀 맥 없이 맥을 놓을 수 없었을 거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처럼, 사랑보다 질긴 미움으로 살아 남았을 거다.

서로 미워함으로 반 만년을 이어 온 선조들처럼 

사랑으로 초월하지 말고 미움으로 현존하라. 

 

미움으로 살아 있고, 살아 있음에 미워하는

반 만년 세월을

이 강토는 너끈히 살아 내고 있다. 

 

익애로 요절할 리 없는

이데올로기 중에 최고의 이데올로기 미움 이데올로기로 

다시 반 만년을 채우자.

미워 죽는 미움으로, 죽어도 죽지 않는 남북 대치를 이어가자.

미움의 긴장으로 정신 깨는 각성을 즐기자.

세상에 대한 미움의 끝에 자신을 매단 봉쇄 수도사들처럼

 

만년을 고통 속에 사는 것보다  

한순간이라도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쪽을 택하고 싶다는 식의  

유치함에 현혹 되지 말자. 

 

대~한 사람  

죽지 않는, 죽을 수도 없는 축복

미움으로 길이 길~이 보전하자!!

 

2021.08.15(주일) 미워 쌀 한 톨 나눌 수 없어 명 질긴 반신불수 광복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