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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6: 김정원 시, 대바구니 행상

2021.10.20 07:38

관리자 조회 수:12

4156

김정원 시인께서 두 권의 시집을 보내주셨다.

<<마음에 새긴 비문>>과 <<아득한 집>>

 

기억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우린 한 가족이다. 

오거리 전봇대에 기대어 어머니의 귀갓길을 저물녘 백열등처럼 고대하며 밝혔던, 유년의 기억 <대바구니 행상> 속으로 시인과 함께 침잠하다.

 

***

대바구니 행상/김정원  

 

검정고무신 신고서 폭설에 덮인 

동구 밖 한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서산에 해 지고 소리 없이 기어오는 

검은 장막이 하마처럼 입을 벌리고 

눈앞에서 모든 물상을 집어삼킬 때까지 

 

곡두새벽 장성역에서 조치원역으로 

비둘기호를 타고 떠난 어머니는 

열흘째 돌아올 줄 몰랐다 

 

대숲이 품에 안은 아담한 초가 처마에서 

맑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던 

고드름은 어젯밤보다 목이 길어졌고 

 

차갑고 어린 내 가슴은 

슬픔이 물구나무서서 자라는 고드름이었다 

 

김정원 시집 <<마음에 새긴 비문>> (작은숲,2019)에서

 

2021.10.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