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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5: 시/기도

2021.11.20 21:48

관리자 조회 수:8

4195

기도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길 가는 관객들 

현란한 액션을 비추어주던 조명들도

다투어 꺼져가는 무대 

 

사위를 분간할 길 없는 어둠 속을 헤매며 

되돌릴 수 없는 발길을 허공에 내딛는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 앉는 마른 공허 

 

막 내린 아쉬움보다

무중력 상태로 나돌게 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통길에 들어서는 아득함에

먹통 된 내비게이션만 연신 두드려대고 있다 

 

두드리면 열리던 기도 무릎조차 

성장판 닫힌지 석삼년을 넘겼는데

 

고목나무에 퇴비 주듯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열창 무대를 꿈꾸는

인디언 기우제를 올리고 있다 

 

기도만은 늙지 않는다 여기기에

정녕

 

2021.11.1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