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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방어전 같았던, 기껍지 않았던 원로 추대식을 마치고, 이젠 실로 기꺼운 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그 예식에서도 순서 담당자들이 한 목소리로 내가 아니라 그녀가 그 날의 주인공이라고 칭송해대면서, 나를 등외품 취급했었다. 헌데 싫지 않았다. 벧세메스까지 사명의 수레를 끌고 나아간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그녀라고 나도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은퇴를 앞두고 나는 그녀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하여, 나는 목사 부인 즉 그녀 사모에게 헌정하는 시집을 빚었다. 이어서 그녀에게 헌정하는 세리머니를 꼭 하고 싶었다. 원로 추대식 전에 하려고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은퇴식 이후로 날을 잡았다. 지금 그녀를 위한 헌정예식과 시낭독회를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오는 11월 27일 토요일 오후에 목회 현장에서 팔할의 수고를 하고 계시는 동료 사모님들을 모시고, 어려운 사모님들을 위무하는 보은 행사를 겸하여 하고 싶다. 두 번 행사가 되나, 이번에는 그냥 오셔서 함께 즐겨주셨으면 한다. 이게 내가 교회 사모 그녀에게 내보여 줄 처음이자 마지막 내 속내다. 

 

축하는 수고한 사람이 받아야 마땅하다.

남편 목사들만 추겨세움을 받는 관행에서 탈피하는 안목과 실천 의지가 절실하다 여긴다. 

내가 하나님께 불충함으로, 그녀의 충성이 더욱 빛났음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던 내심을 이렇게 아프고 슬프게 커밍아웃한다. 

 

그녀의 목회 수기가 하늘 상급에 이르길 간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에 투신하려고 한다.

 

흰 밤 끼적대던 

자가 면죄부 같은 속내를 

커밍아웃 한다 

 

세월의 두께만큼 두터운 빚을 

은유보다 승勝한 묵언으로 속량해 준 세상과 

천만년, 해맑은 미소로 너의 옥창을 밝힌 

내 곁에 무릎 꿇어 

헌정한다

 

2021.11.19(금)

 

고구마를 콕 찌르다가

 

새벽 3시부터 오전11시 주일 예배 시까지 엉덩이에 불붙은 파발마처럼 집과 교회를 서너 번 씩 오가며 성일 준비를 위한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아내가 오후 늦게 팔이 뻐근하다며 내 앞에서 오른팔을 휘두른다 구별된 날 세상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게 유덕할까 내던진 나의 반문에 그녀가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팔 한 번 풀고 오겠다며 보무도 당당히 아파트 단지 내 탁구장으로 향하며 고구마 15분 후쯤 콕 찔러 봐 달라 명했다 고구마를 콕 찌르다가 안식일이 목사 아내를 위해서도 있는 거라는 예수의 보훈이 맘을 찌른다 목사 아내를 위해 존재하는 안식일이 과연 단 한 주라도 있었던가 허드렛일 할 때도 주의 임재를 맛봤다는 어느 수도사는 남자였지 아마? 이 땅의 일만 이천 목사 아내들은 이 시간에도 교조적 성속 칼질의 노예로 안식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목사 아내들이여 당신네 남편에게 고구마를 찌르게 하라 하여 자신을 찔러 목사로 구원받게 하라 그녀들의 안식을 범하게 한 죄에서 천국에서 용서받지 못 할 유일한 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