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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8생명과문학 엔솔로지 시 원고 

 

문학을 통해 인간의 구원 의식을 탐구 및 해석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확산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추구하는 『생명과 문학』 창간 2주년을 맞아 생명과문학 엔솔로지 시집 제1권을 6월 말 예정로 출간한다는 소식과 함께 원고 청탁이 편집위원회로부터 월초에 왔었다.
생명, 생태, 평화, 인권에 관한 신작시와 대표시 한 편씩을 청탁 받았었다. 딱히 그 주제에 맞는 시도 없을 뿐 아니라, 신작시도 그 주문에 적합한 시인지 모르겠다.
대표시 랄 것은 없지만, 그 주제에 얼추 맞을 것 같은 대표시로는 4.16을 다룬 <좌회전은 비보호>를 보냈고, 신작시는 이 땅의 4월과 5월의 산천이 연탄곡처럼 연주하는 레퀴엠을 ‘보는 봄’을 형상화한 <봄, 봄(見)>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냈다.
신작시는 아직 공개해서는 안될 것 같고, <좌회전은 비보호>를 다시 올려 본다. 4.16으로 대변 되는, 인간사 뿌리 깊은 자기 기만은 오늘도 이 땅에서는 버젓이 자행 되고 있다.
좌회전은 비보호
김성찬
좌회전은 비보호
찌그러지지 않게 눈치껏 처신할 것
좌현으로 기운 배도 비보호
움직이지 않는 파라오처럼 미동도 말 것
서편 하늘 쪽배가 온 우주였던 아이들에게
호화 크루즈가 웬말이냐
따가운 우익의 눈총에 주눅 든
좌현으로 기운 맘 문
꽉 닫아 건지 천년을 넘겼건만
엊그제 같이 방치된 영원한 오늘
4월 16일
팽목항은 여전히
비보호 좌회전이고
작금 세상은 죄다 한통속이 되어
귀에 살아오는
아벨의 핏 소리에 눈 귀 막고
동쪽으로, 에덴의 동쪽으로
질주하며 창파에 검불처럼 내던지는
인간사 뿌리 깊은 자기 기만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 창세기 4장 9절 하반절
2023.05.2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