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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갑시다

2007.11.30 02:52

김성찬 조회 수:3130 추천:57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 사람들이 토인들을 고용하여 짐을 나르게 하면서 길을 갔다. 얼마쯤 가다가 토인들이 힘들어하여 잠시 쉬었다. 적당히 쉬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지만, 토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일어서지 않는지를 물었더니 토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몸이 너무 빨리 왔다. 아직도 영혼이 저 뒤에서 오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렸다 함께 가야한다.”

우리는 쉼없이 ‘중단 없는 전진’이란 구호 아래 예까지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는 자들이 되었다. 우리가 꿈꾸고 소망하던 모든 일들이 현실이 된 세상에 살게 되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에서 12번째로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몸만 앞선 결과

그런데 문제는, 몸만 빨리 왔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오늘 우리 사회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 같다.

하나, 몸만 앞선 결과, 우리는 과거와 단절되었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상실했다.

오늘, 우리의 자녀들은 열사의 사막에서 자신의 부모들이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만족하지도 않고,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 아침에도 8백만 원짜리 이태리산 침대에서, 영국산 수제품 뻐꾸기 시계를 보고 일어나, 이태리산 털실내화를 신고 침실을 나서서, 1천2백만 원짜리 영국산 식탁에서, 영국 황실의 예절 바른 하녀 같은 영양사 아줌마가 준비한 야채와 과일 샐러드, 옥수수 빵 한 조각을 먹고, 2천만원짜리 이태리산 통가죽 소파에 앉은 우리의 귀족 대학생 딸들과 목걸이, 귀걸이에 벤츠나 롤스로이스를 몰며, 백만 원짜리 수표를 만원권 내듯하는 우리의 대학 일년생 졸부 아들들은 물질에 대한 역사적 기억(historical memory)을 망실 당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근면, 근검, 절약이라는 부모 세대의 고귀한 정신적 자원과 유산들을 물려받지 못한 세대차의 문제가 각 가정마다 심각하게 두드러지는 난감한 현실 앞에 우리 모두는 서 있다. 이렇게, 과거와 단절되었으며, 아울러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없는, 정신이 분열되고, 해체된 젊은 집단들은 거의 충동만의 세계, 이윤과 성(性)에 관한 심한 욕구 불만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 시간에도 매몰되어 가고 있다.
  
둘, 몸만 앞선 결과, 몸치장에만 혈안된 이 사회가 경제적 차이를 넘어 인간 차별로 치닫고 있다.

비스코스 80%, 아크릴 20%의, 아침에 입고 저녁에 벗어버리며 세탁하지 않는 ‘한번 쓰고 버리는 팬티’, 2천2백만 원짜리 서독산 침대에서, 프랑스산 오리 털 이불을 덮고, 외출할 때면 12만 원짜리 금박장식 캘빈 클라인 스타킹을 신고, 1억5천만원대의 BMW 750i를 타는 유한(有閑) 마담들.

몸만 앞선, 우리 사회의 미친 듯한 세기말적 소비의 가속화 현상은 포화점이 없다. 멀쩡한 아파트를 때려부수는 일까지도 다반사가 된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희한한,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사람 못살 집’인 재개발 대상이 되었다고 춤추며, 환호작약하는 실로 희한한 세상.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위세를 드높이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차이화의 논리’가 너무 지나쳐 우리 사회는 ‘인간 차별화의 논리’로 비약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아닐까?

셋, 몸만 앞선 결과, 앞선 몸이 영혼까지 집어 삼켜 버렸다.

너무 앞선 그 몸이 영혼의 감옥이 되어 버린 것이다. 헬무트 골비처(Helmut Gollwitzer)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 혁명’에서 “초대 기독교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콘스탄틴의 회개와 더불어 발생하고 있었다. 즉 황제가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그리고 나서도 여전히 황제로 머물렀었다. 그래서 지상의 권력, 국가법, 사회적 권력수단들(경찰, 군대)에 종사하는 관리(官吏)들의 문제가 교회에게는 더 이상 교회 밖에 있는 자들의 문제들이 아니라, 교회 자체의 문제가 된 것이다. …… 신약성서와 초대교회에 따른다면, 이 이론들은 계급사회를 거부해야 했으며, 기독교인들의 권력에의 참여는 계급사회의 변혁, 즉 계급사회의 극복을 목표로 삼아야 했다. 그러나 교회가 상류층에 의하여 점령된 조직으로 변함으로써 그러한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예리한 통찰은, 콘스탄틴 황제의 이후 교회가 체제 수호적인 기능을 담당하기 위하여, 신앙의 내용에 대한 왜곡된 해석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었으며, 동시에 ‘지배계층의 공범자’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세상 속에 교회는 전방위적으로 비대해졌으나, 왜곡되었고, 그 자정능력과 사회 정화력을 상실했다는 말이다.

성경이 말하는 부실한 우리의 형편이다.

“여호와께서 저희의 요구한 것을 주셨을지라도 그 영혼을 파리하게 하셨도다(시편 106편15절).”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계 3:17).”

그리고 종말론적 권면으로 우리에게 권고한다.

“내가 너를 권하노니 내게서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계 3:17-18).”  

전인적인 성장과 성숙을 깊이 모색하는 어둠의 시대. 진리의 말씀처럼, 우리는 영과 혼과 육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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