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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 그 멀고도 험한 국민통합을 이룰 기회일 수 있을까

2007.12.11 17:37

김성찬 조회 수:3202 추천:51

멀고도 험한 국민통합  


지난 세기, 데카르트식 기계론적 세계관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고 물질적인 세계를 하나의 기계로 이해했다. 그래서 동물이나 식물도 일종의 기계로 간주하여 보면 훨씬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즉, 살아 있는 유기체도 근본적으로는 그들을 구성하는 기관들의 상호 작용으로 유지되는 것이므로,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기계적인 원리만 알아내면 결국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환원주의식 발상은 생물학과 의학에도 극대한 영향을 끼쳐, 인간 신체의 서로 다른 부품(장기)을 나누어 수리함으로써 인간의 질병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선사한 것이다.
심리학에 있어서도 이른바 구조주의 학파(structualism)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내적인 성찰을 통해 자기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자기의 마음을 구성 요소별로 쪼개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는 그동안 부분을 나누어 봄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나, 지나치게 세분화한 결과 전체를 잃어버린 허탈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긴밀한 유대 관계로 일정한 균형을 유지해 가야하는 ‘유기체적인 전체의 생명력’을 그 브레이크 없는 기계적 분리술로 여지없이 짓밟아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로 분열되고,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현대 사회를 창출해 내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옴살스런(holistic)

그래서 부분적이고,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대비되는 전체적인, 통전적인(holistic) 또는 총체성(totality)이란 용어가 그 해답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이고, 착취적인 용어 대신 관용과 아량과 보전이라는 말이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홀리스틱(holistic), 이 단어는 그동안 ‘통전적’이란 말로 번역되어 왔다. 그런데 이 ‘통전적’이란 말보다 더 순수한 우리말이 ‘옴살스런’이란 단어라고 한다. ‘옴살스럽다’는 뜻은 ‘모두가 한 몸같이 가까운 사이’ 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이 용어의 출현은 분석을 위주로 하는 종래의 과학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개별 요소들간의 보다 유기적인 관계, 그리고 그들 모두가 내면적으로 하나로 이어진다는 관점을 강조하는 말인 것이다. 그렇다. 과학이든, 경제든, 정치든 그 어떤 분야든지 간에 이 시대 정신은 우리에게 ‘옴살스럽게’ 살아가기를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새가슴

그런데 이 시대가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서야 발견한, 아니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정하기 시작한 이 ‘옴살스런 시대 정신’을 거스르는 퇴행적 정치문화가 오늘, 21세기 정치판에 다시 부활했다는 사실이다. 아연할 따름이다.
돌이켜 보라. 지난 세기 이 땅의 분열적, 파괴적 정치 현실이 그 얼마나 온 사회를 피폐화 시켜 버렸었던가를-. 그런 뼈저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불행하게도 새시대를 열어 보이겠다던 참여정부마저도 "모순과 갈등을 극대화하자"라는 식의 구습적 행태를 공공연히 자행해 온 것이다.

그래 한번 되돌아 보자.
과연 그 해체란 것이 그 무엇을, 그 누구를 위한 해체였더란 말인가? 화해 협력을 넘어 국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이 중차대한 역사적인 시점에 단세포적인 코드 정치란 그 무슨 약효가 있는 처방이었으며, 개혁과 반개혁의 편가르기는 또 그 무슨 시대착오적 저의(底意)였던가? 그래 그것이 모험주의적 발상이라면 그 실험적 모험이란 것이 이 급박한 실제 상황에서 가당키나 한 것이었던가? 묻고싶다. 그 결과 개혁은 실종되고, 민주평화세력은 사분오열 지리멸멸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의 편가르기식 지도력이 오늘 우리 사회의 분열증을 확대시켜 정신적, 영적 아노미 현상을 심화시켜 버린 것이다. 알기나 한 것인가? 우리는 보듬어 안아도 서로 부족한 새가슴이 이라는 사실을.  

정치의 질(質)이 삶의 질(質)

불행하게도, 그동안 오늘까지 이 땅에서는 정치의 질(質)이 삶의 질(質)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아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주체적 인격자인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옴살스럽게, 편가르지 않고 ‘모두가 한 몸 같이 가까운 사이’로 살고 싶다. 이것이 우리 ‘사람’의 권리요 의무다. 정치판은, 우리를 더 이상 분리, 분해, 해체시키려 들지 말라. 두 마음 되게 하지 말라.

관용과 아량과 보전 - 새 시대, 서로 하나되게 하는 이 숭고한 시대정신에 우리는 충실하고 싶다.

볼모 잡지 말라.
풀어 놓아 산소처럼 다니게 하라.
마음 문 활짝 열고 살며, 사랑하게 하라.
살며, 사랑하게 하라.

이런 통합의 자유혼을 지닌 이를 우리는 지도자로 갈망한다.
빈부도 동서도 남녀도 남북도 노사도 도농도 사제도 살갑게 보듬어 안게할 리더쉽을 우리는 원한다.
능력만이 아니라 그 방향에 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우리는 안다.

헌데, 과연 이번 대선은 우리에게 그런 참세상을 열어 줄 기회일 수 있을 것인지?
글구, 우리 무지렁이 같은 국민들이 과연 이런 고부가가치인 국민통합을 이룰,
그 가치에 보다 더 근사한 지도자를 뽑을 혜안이 있는 것인지?

그래,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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