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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원/금식후기

2013.06.04 07:21

조회 수:2135 추천:82

이 글은 영혼일기 1298: 정방원, the Visionary!에 정방원 목사님이 댓글로 쓴 고백입니다.

함께 음미해 보고자 잘 보이는 곳에 옮겨 놓습니다.

먼저, 영혼일기 1298: 정방원, the Visionary!를 읽어 본 후, 이 참회록을 읽으면 이해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귀한 참회록을 올려 주신 정목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1303  1298: 정방원, the Visionary!  [2]

http://noyes21.com/bbs/zboard.php?id=34&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98 

 

 

금식 후기 / 나의 참회록 -정방원



교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혹은 개인적으로 간절한 소원이 있어서 금식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안디옥 교회가 금식하며 주님을 섬겼던 것처럼(행 13:2), 순전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묵상하며 주님을 섬기기 위해 금식을 시작했습니다. 주님이 힘주시는 대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대로 하루 이틀 금식을 했는데, 39일(2013. 3. 25~5.2)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40일을 채우지 않은 것도 주님이 거기까지만 인도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40일을 금식하신 주님을 감히 흉내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나는 죽고 오직 주님만 높임을 받으셔야 합니다. 지난 39일 간의 금식은 나에게 자랑스러운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라, 수치스러운 목회적인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금식을 마친 후에야 금식을 하게 된 세 가지 이유를 깨달았을 정도로 나는 아주 미련하고 어리석은 자였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뒤늦게나마 참회하는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첫째, 내 속에는 ‘조악한 나’가 있었습니다. 

 

내 속에는 상반된 두 가지 기질이 있습니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같습니다. 

 

하나는 부모님에게서 후천적으로 물려받은 선비 기질입니다. 청렴결백하고, 강직하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조와 절개를 지키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 기질을 갖고 신앙의 세계와 목회의 세계에 들어왔는데, 바로 청교도 정신과 성경에서 말하는 성결 정신과 접촉점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선비 같은 목사’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조폭 기질입니다. 한번 수틀리면 물불 가리지 않고, 끝장을 볼 정도로 갈 때까지 가고, 맘에 들지 않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판을 뒤집는 성향이 있습니다. 야성도 강하고, 고집도 세고, 권위 자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든 CEO든, 부자든 유명한 자든, 박사든 전문가든, 총회장이든 지방회장이든, 원로이든 중진이든, 내 눈에는 웃기지도 않은 것들입니다. 뭐나 되는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권위 부리고 잘난 체 하면, 그가 누구이든지 간에 엿 먹여버립니다. 세미나 같은 것도 참석하지 않습니다. 별 볼 일도 없는 것들이 설치고 장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내 속에는 두 가지 기질이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나는 ‘곤고한 사람’이었고(롬 7:24), 성경의 표현대로 ‘죄인 중의 괴수’였습니다(딤전 1:15). 조폭 기질이 죽어야만 선비 기질이 사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주님이 나에게 금식을 요구하신 것은 내 속에 ‘조악한 나’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째, 내 속에는 ‘안일한 나’가 있었습니다. 

 

20여 년을 목회하는 동안 위기를 크게 겪은 적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 메가톤급의 태풍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사임의 변’이라는 글을 쓸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 당시 나의 멘토였던 목사님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그 위기를 하나님 앞에 침묵과 인내로 우직하게 이겼습니다. 그 위기는 오히려 나에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나에게 목회의 평안함과 행복함으로 보상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무 평안하고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었던 교회와 교인들이었는데, 그리고 목사를 시험 들게 할 만한 교회와 교인들이었는데, 이제는 교회를 교회 되게 하고 강단과 목사의 권위를 세우고 교인들을 제자훈련 시켜서 평신도 사역자로 세워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목회의 평안함과 행복함은 분명 은혜와 축복이었지만, 마음 한 편으로 끊임없이 염려와 불안이 있었습니다. ‘솥 안의 개구리’ 혹은 ‘밑둥이 텅 빈 고목나무’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었습니다. 시골길보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졸음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었습니다. 평안함과 행복함은 필연적으로 나태함과 안일함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죄와 싸우고 마귀와 싸우고 세상과 싸워 이겨야 하지만, 골리앗처럼 상대하기 버거운 적은 바로 ‘나’였습니다. 목회의 복병은 마귀 사탄을 넘어 ‘안일한 나’였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주님이 나에게 금식을 요구하신 것은 내 속에 ‘안일한 나’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셋째, 내 속에는 ‘메마른 나’가 있었습니다. 

 

 나는 말씀을 좋아합니다. 분석하고 쪼개기를 즐겨합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합니다. 예수님을 믿은 이후 나는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나 홀로’ 말씀 공부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신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평신도 때였고, 두 번째는 시골에서 3년 동안 단독 목회를 할 때였고, 세 번째는 목회 후반기를 준비하는 최근 5년 동안이었습니다. 

 

이렇게 말씀의 전문가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면 할수록 내 안에 베드로와 가룟 유다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3년 동안 직접 예수님에게서 말씀 훈련을 받았지만, 결국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했고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했습니다. 뭔가 심각할 정도로 내 안에 부족과 갈증이 있었습니다. ‘머리는 날카롭게, 가슴을 뜨겁게!’는 단지 구호에 불과했습니다. 

 

금식 기간 중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르고 또 불렀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우물가의 여인처럼 난 구했네 헛되고 헛된 것들을 그 때 주님 하신 말씀 내 샘에 와 생수를 마셔라.” 

 

그런데 금식 20일 째였습니다. 숙변까지 다 배설하고 장이 깨끗이 청소된 듯 했습니다. 뱃속이 아주 편안했습니다. 몸도 날아갈 듯 아주 가벼웠습니다. 그 동안 매일 생수만 먹었기 때문에, 내 뱃속에는 오직 생수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 순간 ‘뱃속에 성령의 생수가 강 같이 흘러야 한다’라는 성령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땅은 메마르고 황폐하고 사막이 되는 것처럼, 성령의 생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내 심령은 메마르고 황폐하고 사막이 된다는 성령의 강한 책망과 경고의 음성이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주님이 나에게 금식을 요구하신 것은 내 속에 ‘메마른 나’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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