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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3 : 사흘

2019.03.29 09:22

관리자 조회 수:22

몸살기가 스멀거린다. 

 

아무 생각 없이 안락 의자에 몸을 푹 파묻고 머리를 한껏 뒤로 젖힌 채로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를 망연스레 내려다 보고 있다. 치열한 좌우 공방조차 파스텔화처럼 망막에 뿌옇다. 아지랑이처럼 나른해지며, 승패에도 초점이 흐릿하다. 겨우 이틀 움직임의 강도를 높였다고, 사흘을 이어가지 못하는 체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작심 사흘이라는 극한 성어가 있듯, 부활이 위대함은 죽음의 인내, 사흘을 이겨냈다는데에 있다. 내 일생의 실패는 사흘이 넘사벽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사흘을, 너를 위해 사흘을 사랑에 인내하지 못한 내 선병질적인 미급未及에 있었다. 하물며 눈에 뵈지 않는 초월자 당신에 대한 충정은 더 언급할 나위조차 없다. 사흘을 인내하지 못한 생에 부활이란 그래서 없었다.

 

염치 없는 주문을 왼다.

 

사흘을 넘기지 못한 체력이지만

사흘을 넘기지 않는 몸살기이길

 

삼분을 넘기지 못한 무릎을 꿇었다.

 

만월에

 

이 미생未生 * 이—

 

2019.03.26(화) 오후9:42

 

*

'미생'은 바둑 용어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집이나 돌이 완전히 살아 있는 상태'인 완생(完生)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이 없는 상태를 이릅니다. 웹툰에서는 바둑에서의 이런 '미생'의 상황을 절묘하게 직장인의 삶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엊그제 우리 베란다에서 찍은 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