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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2: 감추며 드러내기

2020.02.03 19:57

관리자 조회 수:7

2019 마이 라이프 로그,를 책자로 묶었다.

 

‘감추며 드러내는 예술’을 나름 구사하며 살았다 싶지만, 드러내고 싶은 감춘 것, 토해내고 싶은 고백이 아직도 목에 콱 걸려 있는 걸 보면, 나는 예술할 재주도, 예술할 용기도 한참 미달인 수작手作으로 삶을 수작酬酌하는 삼류 기술자에 불과하다. 

 

예술이 되려면 실재를 보다 아름답게 뽀샵을 해내는 거다. 다시 말해, 주어진 현실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진솔하게 자신을 토해내는 데에, 너와 나를 감미롭게 하는 인생 예술이 가능하다함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헌데, 내가 만인에게 공개한 ‘감추며 드러내기’가 행여 타인들의 눈에는 예술같이 보였을지 모르나, 기실 내 속내가 남을 속이는 데 있었다면, 그건 실명을 내 건 나의 사기술에 다름이 아닐 거다.

 

비록 속이진 않았지만, 감추며 드러내는, 내 기법으로는 내 생의 이면을 다 까발리는데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토로할 맘은 아직은 없다. 그 기법도 비겁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명으로, 발가벗기를 하고 싶은데, 걸리는 게 너무 많다. 나는 괜찮은데, 나의 너인 이 세상이 푼수 없는 나를 용납하지 않을 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는 식으로

너를 밀고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를 세상에 고발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내 짐승껍데기를 밀고하고 싶다.

내 안에 잠복하고 있는 인수 공통 감염균을 커밍 아웃하고 싶다.

 

작금,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 되기 전에.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시니, 그분께는 고백이라는 단어가 의미 없다. 

 

나를 1도 모른 세상 사람에게 내 실체를 죄다 드러내 보여주고 싶다.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이 고해 바다에서, 만인이 내 페이스face를 숨어 엿볼 수 있는 마당에, 내 이면의 생, 그 빙산의 본체를 드러내보고 싶다. 시끄러운 속 다 까발겨,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리고, 남은 말 한 톨 없는, 전혀 아깝지 않은 생의 종언을 맞고 싶다.

 

인생을 레알 인간답게 깔끔하게 살다가 가고 싶다.

 

그대, 페친이여,

이런 나에게 나를 이쁘게 포장할 기술을, 예술을 가르쳐다오.

그냥 엿보지만 말고. 함께 감추며 드러내는 예술을, 토해내는 고백술을 ㅎ

 

2020.01.30(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