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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5: 일식에 대하여

2020.07.02 10:58

관리자 조회 수:17

일식日蝕에 대하여

 

흐르지 않는 공기 / 갇힌 물 / 닫힌 영창 / 막힌 출구 / 끊긴 발길 / 사라진 메아리 / 멈추지 않는 혈루 / 외 날개짓 / 선고 되지 않은 구형 / 국경 없는 바이러스 / 경쟁적인 동선 공개 / 백신 없는 처방 / 삼복의 마스크 / 언택의 일상화 / 어둔 흰밤 / 해를 삼킨 달 / 오지 않는 종말

 

어제 나는 이상과 같은 하루살이 절망의 언어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이아침 다음 말씀을 묵상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1장 18~25절이다.

 

18 멸망할 사람들에게는 십자가의 이치가 한낱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지만 구원받을 우리에게는 곧 하나님의 힘입니다

25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힘이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

 

코로나19 블루에 젖어 

무저갱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던 내 심사를 위로할 

단어 군群들을 넋놓고 호출해내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교회 첨탑이 

눈에도 뵈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에 속절 없이 무너져 내리는 무력감에 

낙담해 마지 않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대책 없어 미욱해 보인 십자가 신앙, 

손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기력한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낙담했기 때문이리라. 

아니, 번영의 신학에 세뇌된 내 영안에 십자가의 도가 미련해 보였기 때문이리라.

 

번영 신학을 욕하면서 나는

욕하면서 배운 번영 신학의 눈으로 

번영이 무의미해진 자리에는 하나님도 없다 여겨진 번영 신학의 눈으로

 

바이러스 하나에 문 걸어잠그는, 

무기력하고, 비가시적인 권능을 절대시하며, 신봉하는 교회여, 

너나 구원해라

 

질러댔던가 보다.

 

그런 내 눈에,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십자가 지심)이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힘(십자가에서 뛰어내리지 않는)이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

는 말씀이 다시 눈에 들었다.

 

인간들의 낙담과 절망을 제 몸에 실어 

사람의 눈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미련한 십자가로 향하신 당신,

오늘도 나의 무기력을 서둘러 자기 십자가 삼으신 

당신, 대속주의 본질상 이타적 낯가림이

달에 가려진 당신의 본체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나 보다 나를 더 절망하여 

달에 먹힌 전능자의 코로나19 블루는

하여, 전적으로 당신 몫입니다.

 

죄를 전가하듯, 이 우울을 

당신께 전가합니다.

 

믿음으로,

 

부디, 이기소서

골고다의 십자가를 이기셨듯, 

오늘도

 

2020.06.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