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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5 : 결자해지

2021.01.15 15:20

관리자 조회 수:8

달포만에 산책을 했다.
송죽의 절개는 엄동설한에 안다 하듯, 게으르고, 추위에 약한 나는 엄동설한에 제 본색을 드러낸다. 나의 일생이 자초한 엄동설한이라서, 당연히 특기할 것은 없지만, 해도 이 겨울은 유독 겨울답게 보냈다. 폭설에 묻힌 장독대 염장식품처럼 꼼짝하지 않고 칩거했다. 햇볕 쬐기와 걷기가 필수라는 해질녘인데도, 나는 내 기본 실력을 한껏 발휘하며, 동면을 즐기고 있다.
그러다가 모처럼 오늘은 아침부터 영창에 기대어 아침 햇살에 피부를 노출시켰고, 정오 무렵 중랑천변을 잠시 걸었다. 근무력증을 앓듯 비실대다가 해찰이 심한 나는 아이폰을 양광에 들이대며, 걷는 둥 마는 둥, 이력 없는 내 삶의 이력서를 노출시켰다.
햇님 덕에 얼음장을 한큐에 날려버린, 콸콸 흐르는 세찬 강물을 응시하다가,
하늘 군주의 결정론에 면피하듯 순응한다는 아첨을 마구 늘어놓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결자해지**
하늘이 묶었으니 하늘이 푸는것이
당신이 풀었으니 당신이 재묶는게
지극히 당연하여 선선히 인정하오
계절의 순환처럼 천부가 내계절의
채무자 이시옴을 내어찌 사양하리
빚없고 책무없는 내카드 꽃놀이패
여름도 싫지않고 겨울도 맵지않네
동파도 하느님탓 해빙도 하나님몫
푸시오 묶었으니 매시오 풀었으니
*****************************
나 진짜 독실하다.
죄다 당신께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있으니.
ㅎㅎ
2021.01.1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