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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0: 채점

2021.02.01 14:20

관리자 조회 수:15

인자의 도래를 묵상하던 이 기간 중, 오늘 아침에는 지방회 목사 안수 청원자와 장로 시취 청원자들의 시험지를 채점했다. 나에게 인사부에서 채점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말년 병장에게 ㅎ. 이게 내 생애 마지막 채점이 아닐까 싶다.
빨간 색연필, 그 도톰한 육감이
중학교 입학 시험이 있었던 내 국민학교 시절, 우리는 6학년에 올라서면서, 거의 매일 시험을 치렀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 시험지를 내게 채점하라고 하셨다. 하여 나는 시험을 치른 날이면 매번 오후에 혼자 교실에 남아서 급우들의 시험지를 채점했었다. 거의 매일 70여 명이나 되는 급우들의 여러 과목의 시험지를 채점을 하다보니, 나날이 숙달이 되어, 25문항 정답을 한 번에 대여섯 개 씩 나누어 외워, 색연필 종이 껍질 돌돌 벗겨가며 달인처럼 날래게 싹싹 OX를 쳐내려가게 됐던, 빨간 색연필의 도톰한 그 정겨운 육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후 나는 채점할 일이 적잖은 길을 걸어왔다.
그랬기에 어제 나에게 채점해 달라며 안겨 준 시험지는 귀찮은 숙제가 아니었다. 사실, 채점은 너무 성가신 일이다. 해서 시험지를 선풍기 바람으로 날려보내 가벼워 멀리 날아가는 시험지부터 D, C, B, A를 매긴다는 농담도 있지 않은가? 허나 나는 그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마치 국민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채점 도우미였던 그런 류의 소명 같은 자부심이 되살아 났었다. 하여, 보다 공정하게, 그러나 그 직분과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개교회가 필히 세우겠다는 임직 후보자임을 결코 망각하지 않으며, 진정한 도우미가 되고자 힘을 다했다. 적잖은 이들이 몇몇 과목 백지 답안을 제출했다. 하여, 일일이 그들과 연결해서 전화 면접으로 테스트를 마쳤다.
전원 합격!!
그건 그들의 주 안에서의 헌신의 결과이자, 담임 목회자의 기도의 열매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하나님의 은혜가 넘쳐흘렀다. 교육이 아니라 은혜로 일꾼은 일꾼답게 성장/성숙 가는 거다. 축하드린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2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4:1,2).”
2021.01.20(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