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0: 잔고증명서
2021.10.11 18:50
4130
한 때, 목사가 은행을 출입한다는 것이 심히 불결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을 했었다. 허나 돈으로 불의한 친구를 사라는 조언도 경에 있듯이 내심 돈에서 자유로운 나도 불가항력적으로 구조화 된 돈 바퀴를 타고 넘어야만 했다.
교직에 있을 때에도 나는 경리부장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공금으로 술 한 잔이라도 더 마셔야 했던 교장 선생께서 나 같이 투명한 그물로는 피레미 한 마리도 건져낼 길이 없다 여기셨기 때문이리라.
상회비 부과 통지가 날아 오면 나는 통지문을 받은 즉시 입금 처리해 왔다. 사비를 털거나, 마이너스 처리를 하면서 까지 즉각 납부를 해왔다. 서둘러 처리해야 할 빨랫감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어제 잔고 증명서를 뗀 후, 하루 지난 이 아침 득달 같이 은행 창구로 내달려 선착순 1번으로 잔금을 바통 터치했다.
홀가분하다.
죄에서 자유를 얻듯
돈 구조에서 자유를 얻는 이 아침.
적어도 사심 없이, 물질에 있어서 청백리로 살아 오게 해 주신 조물주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넉넉할 수는 없지만
결코 궁색하지 않는 삶을 보장해 주시리라는
희망으로 더욱 가볍다.
2021.09.28(화) 아침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46 | 4146: 더조이유니언 이야기 | 관리자 | 2021.10.20 | 22 |
4145 | 4145: 죄를 얻었사오니 | 관리자 | 2021.10.20 | 13 |
4144 | 4144: 권면 힘찬교회 | 관리자 | 2021.10.11 | 20 |
4143 | 4143: 시평 장진희 | 관리자 | 2021.10.11 | 13 |
4142 | 4142: 외롬 경환 형 | 관리자 | 2021.10.11 | 13 |
4141 | 4141: 동어반복tautology 대선 | 관리자 | 2021.10.11 | 12 |
4140 | 4140: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라? | 관리자 | 2021.10.11 | 16 |
4139 | 4139: 이것이 인간인가? | 관리자 | 2021.10.11 | 11 |
4138 | 4138: 시/ 암실 | 관리자 | 2021.10.11 | 17 |
4137 | 4137: 더조이유니언 | 관리자 | 2021.10.11 | 20 |
4136 | 4136: 시/ 사랑은 | 관리자 | 2021.10.11 | 10 |
4135 | 4135: 시/ 불가역적 체녀 | 관리자 | 2021.10.11 | 8 |
4134 | 4134: 시/얼쑤 얼쑤 | 관리자 | 2021.10.11 | 10 |
4133 | 4133: 희열과 곤고를 뒤섞어 놓으신 하나님. | 관리자 | 2021.10.11 | 30 |
4132 | 4132: 단바람 | 관리자 | 2021.10.11 | 6 |
4131 | 4131: 양봉 | 관리자 | 2021.10.11 | 2 |
» | 4130: 잔고증명서 | 관리자 | 2021.10.11 | 2 |
4129 | 4129: 브러더 미싱 : 50억 | 관리자 | 2021.10.11 | 2 |
4128 | 4128: 인자가 온 것은 | 관리자 | 2021.10.11 | 3 |
4127 | 4127: 언어의 일침 명의를 찾아서 | 관리자 | 2021.09.26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