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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4: 시/얼쑤 얼쑤

2021.10.11 18:55

관리자 조회 수:10

4134

얼쑤 얼~쑤

 

느려터진 등굣길  

담임 선생 전근이나 가버렸으면 했던 가련한 염원과는 달리

숙제 없는 전학생의 맹숭맹숭한 등굣길 마냥 

하릴 없어 기원도 없는 무중력 토요일

하나님 유고 희원이란 더 이상 없다 여겼는데

 

예복습이 아니라 담임 선생 회초리가 숙제였던 미급아처럼

진 짐이 설교문 작성이 아니라 성일을 대하는 태도를 감찰하시는 하늘 눈이였다 하면

강론 준비가 아니라 정작 하늘 당신을 풀어내야 할 나의 못 이룬 숙제라고 한다면

영존하신 당신이라는 난해한 사명의 짐을 그날까지 힘껏 져야 할 것이라니 

 

하나님 아파서 오늘 출근 못했으면 좋겠다 좋겠어 라는 허망한 기도를 

인생 졸업장 받을 때까지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겨져 

다시 수감 되는 가석방 수인처럼 맘 무거워 진 성일 전야  

 

귀 기울여 들어 주며  

아멘아멘 아랫배에 힘주고 턱 잡아 당기며 화답해 주는 것이 

윽박지르는 볼멘 소리 내지르는 한풀이 보다 더 힘든 짐이라는 사실을  

입장 바꿔 알게 해 주신 당신의 미제 숙제 앞에서   

못 할 수는 있어도 안 해서는 안 되는 의무감에 젖어 

귀명창 훈련을 위해 정좌하고 목청을 풀고 있다 

 

얼쑤 얼~쑤

 

2021.10.02(토) 성일 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