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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뉴스포엠

#전선용시인의그림으로읽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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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oetnews.kr/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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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장미/김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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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내의를 벗고 

문밖을 나섰다

 

화사花蛇는

이미 벗어 화사한데

허물 벗을 용기를 잃은 세월이

봄을 놓쳤다

 

간지러운 꽃들

서둘러 진 봄

 

거리는 맨살로 걷는 

오월이다

 

처처에 

가시로 돋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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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 시인의 시집 『사막은 나이테가 없다』 중에서. 열린출판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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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제목이 오월 장미다. 시인은 말 그대로 오월에 핀 장미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분명코 오월 항쟁에 대한 우리 이야기, 그래서 이 시의 화자는 광주 시민들이 분명하다. 군부세력이 세상을 장악한 엄혹한 시절, 시인은 그 시간을 겨울로 암시하고 있다.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기어코 문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용기 잃은 세월을 회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사花蛇는//이미 벗어 화사한데/- 반란에 성공한 그들의 내막은 부당한 권력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여전히 겨울이었지만, 이내 놓쳐버린 계절을 찾기 위해 가시를 세우고 맨발로 거리에 나선 것이다.

 

서둘러 진 봄 뒤에는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이 오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자연은 왜곡하지 않는 법이다. 나는 왜 오월 장미 색깔이 붉다고 느껴질까. 가시라는 것이 그렇다. 자기보호본능으로 만들어진 방어 장치, 누군가 꽃봉오리를 꺾는다면 최소한 방어를 위해 저항할 수밖에 없는 도구가 가시다. 뾰족한 끝은 바깥을 향하지만, 그것을 안고 살아야 하는 아픔은 우리 심장에 뿌리를 둔다. /처처에//가시로 돋는 상처/- 숱한 세월이 지났지만, 상처로 인한 흉터가 뿌리 깊게 남았다.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과거의 상처가 곳곳에 장미꽃으로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