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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5: 시/과공비례 한민희

2021.10.20 07:37

관리자 조회 수:2

4155

비무장지대에 묻힌 무장 지뢰밭을 수색하던 중

소 쥐 잡듯 밟은 지뢰로 비무장 당한  

뼈에 사무친 절망을 삭이려 동병상련 외발 부흥사네 한얼산에 올랐다가

 

아버지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라는 막장 기도를 배운 후

더 좁은 의의 길로 들어섰던 의족 목사는 

 

비무장지대 보다 더 촘촘히 매장된 영적 크렘린 성의 부조리에 항거하다가 

빈들로 내몰린 희생양 아사셀 신세로 전락하여

집도 절도 없이 유리방황하며

배곯고 모아놓은 2만 여권의 책을 바람막이 삼고  

풀 뜯어 먹듯 뜯어 먹으며 북풍 한설을 견뎌내고 있다더니 

 

내 시집을 무려 열 권이나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는데

득달 같이 물경 10만 원이나 내게 보내왔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 돕고 사는 거라며

나를 겨우 제 찌든 형편 만큼 셈한 무례를 복수하듯 발목 지뢰처럼 터뜨리며  

내 심사를 일순 절룩이게 했다

 

열일한다는 말이 있지만  

제 골다공증 앓는 뼈까지 깎아내는데 열일하는 열심이  

낙타를 삼킨 사막의 도마뱀 마냥 자신을 삼키듯 나를 삼켰다   

 

토해낼 수밖에 없는 과유불급을  

뱉어낼 수밖에 없는 과공비례를 

 

2021.10.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