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5: 시/과공비례 한민희
2021.10.20 07:37
4155
비무장지대에 묻힌 무장 지뢰밭을 수색하던 중
소 쥐 잡듯 밟은 지뢰로 비무장 당한
뼈에 사무친 절망을 삭이려 동병상련 외발 부흥사네 한얼산에 올랐다가
아버지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라는 막장 기도를 배운 후
더 좁은 의의 길로 들어섰던 의족 목사는
비무장지대 보다 더 촘촘히 매장된 영적 크렘린 성의 부조리에 항거하다가
빈들로 내몰린 희생양 아사셀 신세로 전락하여
집도 절도 없이 유리방황하며
배곯고 모아놓은 2만 여권의 책을 바람막이 삼고
풀 뜯어 먹듯 뜯어 먹으며 북풍 한설을 견뎌내고 있다더니
내 시집을 무려 열 권이나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는데
득달 같이 물경 10만 원이나 내게 보내왔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 돕고 사는 거라며
나를 겨우 제 찌든 형편 만큼 셈한 무례를 복수하듯 발목 지뢰처럼 터뜨리며
내 심사를 일순 절룩이게 했다
열일한다는 말이 있지만
제 골다공증 앓는 뼈까지 깎아내는데 열일하는 열심이
낙타를 삼킨 사막의 도마뱀 마냥 자신을 삼키듯 나를 삼켰다
토해낼 수밖에 없는 과유불급을
뱉어낼 수밖에 없는 과공비례를
2021.10.19(화)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66 | 4166: 그리움의 총량 | 관리자 | 2021.10.28 | 9 |
4165 | 4165: 과정, 그 미완의 위안과 행복에 대하여 | 관리자 | 2021.10.28 | 16 |
4164 | 4164: 산책 | 관리자 | 2021.10.26 | 13 |
4163 | 4163: 장우원 서예 작품 시/퐁퐁 퇴고 | 관리자 | 2021.10.26 | 22 |
4162 | 4162: 축시/보라 | 관리자 | 2021.10.26 | 15 |
4161 | 4161: 철벽 KTX | 관리자 | 2021.10.26 | 12 |
4160 | 4160: 시/개사과 | 관리자 | 2021.10.26 | 9 |
4159 | 4159: 작은 것이 아름답다 | 관리자 | 2021.10.26 | 8 |
4158 | 4158: 책 답지 | 관리자 | 2021.10.26 | 12 |
4157 | 4157: 시/서로 | 관리자 | 2021.10.26 | 11 |
4156 | 4156: 김정원 시, 대바구니 행상 | 관리자 | 2021.10.20 | 12 |
» | 4155: 시/과공비례 한민희 | 관리자 | 2021.10.20 | 23 |
4154 | 4154: 김정원 시인 선, 홍시 | 관리자 | 2021.10.20 | 28 |
4153 | 4153: 시인뉴스포엠 전선용 오월 장미 | 관리자 | 2021.10.20 | 12 |
4152 | 4152: 권면 한빛교회 | 관리자 | 2021.10.20 | 25 |
4151 | 4151: 하임이 | 관리자 | 2021.10.20 | 10 |
4150 | 4150: 시/백일홍 | 관리자 | 2021.10.20 | 14 |
4149 | 4149:시/ 마, 란다 | 관리자 | 2021.10.20 | 8 |
4148 | 4148: 퇴직 연금 | 관리자 | 2021.10.20 | 6 |
4147 | 4147: 시로 듣는 신앙 에세이 | 관리자 | 2021.10.20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