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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9: 내 벗이 몇인고 하니

2022.08.11 16:34

관리자 조회 수:17

4579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이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고산孤山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한 대목(제1수)을 소환해 내는 아침이다. 

 

페북을 일기장 삼은 후, 얻은 귀인들이 적잖다.  

적어도 오우(五友)는 된다.  

그분들 중에 이 아침에 긔 더욱 반가운 글과 소식을 전해준 친구들이 있다. 

 

한 분은 통영 한시漢詩 작가요, 또 한 분은 영국 옥스퍼드의 학자다.

물론 두 분 다 목사다.

 

옥스퍼드 전귀천 Guichun Jun 페친이 이 아침에 가슴 뭉클한 사진을 올렸다. 아드님의 대학 졸업 사진이다. 세 살 때, 영국으로 부모님 따라 들어가서 겪었을 힘든 이국 생활을, 잘 이겨낸 훈장 같은 사진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전귀천 교수는 바른 신앙과 깊은 학문을 겸비한 목사이자, 학자다. 전귀천 목사가 개설한 RE-BIBLE ACADEMY는 “하나님의 백성이 진리의 말씀으로 돌아가 정체성과 가치관 안에서 진정한 변화를 경험함으로 새 피조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목표가 바로 그의 인격과 신앙을 반영한 거다. 말씀 홍수 속에 말씀다운 말씀이 외려 희귀한 시대에, 그는 당대의 에스라다. 

 

 

이 아침에 시詩와 차茶로 다린 신 옥중서신을 포스팅한 박요한 목사.  

그분은 한시漢詩 한 수로 발화한 <茶에 對한 小考 (2)>의 말미를 이렇게 장식했다.

 

———

지나온 나의 목회사역은 마치 유배생활 하는 것과 같았다. 40년 목회 하였지만 공부하러 다닌 것 외에 대부분이 교회에 살았다. 나는 하늘에 많은 죄를 지어 주께서 나를 교회에 가두어 놓으신 것 같았다.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를 벗 삼고 즐기는 생활이 30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차는 나의 오랜 벗이 되었다. 오늘에 와 보니 시와 차를 다 얻은 행운아가 되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벗인 목자들이여 차를 마십시다.>

 

주님과 

동행하니 

세상 모든 짐 

내려놓게 하시지만 

 

내 옆구리에 

차고 있는 찻병

물끄러미 보시고도 

그저 웃으시기만 한답니다.  

 

-박요한 올립니다.-

——— 

 

시인 박요한 목사는,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라(눅 9:3)”는 나그네의 정체성을, 스승 예수의 그 모본을, 옥중에서 체득했음에 틀림없다.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골2:9,10).” 

 

신성의 모든 충만이 성육신하신 예수 안에 거한 것처럼, 옥중에서 시와 찬미로 즐거워하던 바울 사도같이(골3:16), “창살 없는 감옥”에서 목사 박요한은 시詩를 짓고, 차茶를 다리며 신성의 모든 충만에 충만해졌음에 틀림없다. “내 옆구리에/차고 있는 찻병/물끄러미 보시고도/그저 웃으시기만 한답니다.” 그래, 이게 다 내려놓은 거다. 다 얻은 거다. 다 인정받은 거다. 진리가 그를 자유하게 하셨다. 정녕 그는 호흡이 있는 자다. 그 호흡으로 나도 호흡하고 싶다.  

 

아래,  

천연기념물 같은 한시 작가 박요한 님이 우리 앞에 배설排設한, 

한시 한 수를 다시 음미해 본다. 

 

——— 

茶에 對한 小考 (2)

 

茶詩

茶詩皆取好

相得兩相宜

手信歌成句

口俇復一盃

不如篇滿百

飮亦未夛盞

奈何騷人癖 

興生詩茶云

 

차와 시는 모두 가지면 좋은 것

얻으면 마땅히 둘 다 서로 좋다

손은 믿음직하게 노래 한 구절 짓고

입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한잔 들이킨다

 

글 백 편을 다 채우지도 못하였는데

마시는 것 역시나 아직도 끝이 없다.

어찌하여 풍류 시인들의 버릇이

흥에 겨우면  차와 글이라 하는지     -요한-

———-

 

술 권하는 세상을 떠나, 그와 다담을 나눌 날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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