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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2: 그날

2022.08.11 16:37

관리자 조회 수:17

4582

어느 날부터 나는 TV를 외면하고 있었다. TV가 집에 있는지도 몰랐다. 대선 후, 스트레스 내성이 약한 내 심사가 본능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피하려는 의도 때문이었을 거다.

 

모처럼 본의 아니게 방콕하는 날, TV를 켰다. KBS 1 TV 역사저널 <그날> 시리즈를 훑었다. 

 

열린 사회가 보다 더 이상적 사회임을 재확인했다. 만리장성의 성문이 밖에서 안으로 열린 게 아니라, 오히려 안에서 밖으로 열리곤 했다는 거다. 누가 정녕 갇힌 자인가? 외부로 벽을 높이 쌓아 올릴수록 그만큼 단절의 깊이가 더해지는 내부. 하여, 폐쇄공포증에 갇히는.

 

맘이 찔렸다. 축성술이 고도화된 내 자의식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었다. 맘 문 다 열어놓고 내 구주를 영접하라  하늘과 땅에 내가 죄를 얻었사오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류를 막는 분리 장벽처럼 하늘과 땅에 내가 각기 세운 장벽이 눈에 든다. 불신과 자만심이다. 죄의식과 오만이다. 살아봐야 얼마나 남았다고, 툭 털어버리지도, 활짝 열지도 않고 있는지? 항공모함 굴뚝 속으로 파고드는 가미카제 식 옥쇄만이 옥처럼 부서지는, 깨끗이 죽는, 의로운 성사일까?  

 

그 누구처럼 나도 흙을 밟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사람 차별에 의분을 발하면서도, 사람 낯가리는 이중성이 내 설자리를 좁히고 있다. 세상은 평활 원하지만, 분리 장벽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니. 넓힐 땅이 없어서 하늘로만 솟구쳐 오르는 마천루에 내가 갇혀있다.

 

매미 소리가 유독 높고, 깊다. 시원타 못해 서늘하다. 청아해서 구슬프다. 묶이니 보인다. 풀리면 달라질까? 역사저널 <그날>이 오늘도 지속된다 함은 자유하게 하는 진리에 우리가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함이 아닐까? 횡설수설,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ㅎㅎ 더위 먹은 건 아닌데. 

 

2022.08.04(목) 찌뿌둥한 오후다. 앞뒤문을 활짝 열었다. 앞뒤가 뚫리니 바람이 시원타. 물리적 개방이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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