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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5: 이상한 변호사

2022.08.11 16:42

관리자 조회 수:23

4584

 

시류에 민감하지 못하고, 신상에 관심이 거의 없는 나는, 매사 뒷북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인구에 회자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몰아봤다. 현실 무망한 천재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를 등장시킨 의도가 내겐 이렇게 엿보였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표리일체인 자폐인의 순수를 내세워서 표리부동한 변호사 세계를 미화하고 있다 여겨졌다.  

 

이런 혐의를 갖게 된 것은, 내가 변호사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거다. 故 노무현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이 “변호사들은 이렇게 먹고 사는군요”라고 자기 앞에서 내뱉은 탄식을 반추하며, 자신 반성적 정치 출사표 광고엔가 그 뼈아픈 수탈 행위를 솔직하게 써놓았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의뢰인이었던 가난한 아낙네가 수임료만큼 변호 받지 못한 부당함과 생명같이 큰돈을 눈뜬 채 수탈 당한 것 같은 억울한 심사를 잘나가던 노무현 변호사 앞에서 혼잣말처럼 내뱉었다는 내용이었다. 

 

참 이상한 변호사다. 우영우는 순수함과 타협 없는 자신과의 대화에만 올인하는 자폐인 변호사다. 근데, 그게 정상인데, 이상하단다. 뒤집으면, 세상은 안 이상한 아니 진짜 이상한 변호사 천지라는 말이다. 변호사 세계에 천재 자폐인 우영우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받는 1년 만에 평생 먹고 살 경제적 기반을 서로 주고받는 법조계.

이게 이상한 것 아닌가? 

전관이 수임한 사건은 가해자의 죄질에 상관없이 승소한다는, 황음荒淫의 복마전.

 

그렇게 쉽게 번 돈에서 손톱만큼 떼낸 면죄부 같은 물질로 세워진 거탑이 한국교회 예배당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망령된 생각이겠지. 어쩌면.

 

다시, 그 드라마 안 보기로 했다.

봐서는 안 될 드라마다. 이상한 드라마 보다가 내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게 된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 변호사들을 미화하는, 이미지 각색하는 드라마까지 우리가 봐야 하는가?

검사, 법사들이 치고 있는 난장 구경하기도 역겨운데.

 

이런 글이나 쓰고 있으니,  

뭐든 써내야 하루를 보내는 이내 무서운 습관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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