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681  

오늘 창문을 열어놓고, 단 바람을 쐬면서, 내일 있을 막역지우 황경석 장로의 원로 장로 추대 축사를 쓰고 있다. 샤워도 하고, 유유자적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가, 유튜브를 열었더니 [성경환X박지원] 대담이 뜬다. 귀에 든 박지원 비서실장의 진단.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대 종교를 가지고 살아요.” “뭐뭐?” “밖에 나와서는 기독교적 생활을 하고, 집에 가서는 유교적 생활을 하고, 자기의 영적 세계는 무속적 생활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신부님들도 금년의 내 운수가 좋다. 목사님들도 토정비결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속 좋아하는 건 괜찮아요.” // “공관 다 지어 놓고 이사를 안 하니까 별 이야기가 다 나오잖아요.” “손 없는 날 갈까요?”
오래전 이야기다. 중견 저명한 소설가가 둘째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못 되어 하늘나라 별로 보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그가 이런 말을 내 앞에서 내뱉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여름 어느 한 날 오후 2시경, 자기 아파트 영창으로 앞마당을 우연히 내려다보게 되었단다. 근데 그 마당에 비닐을 뒤집어쓴 피아노가 눈에 들더란다. 왜? 비가 이렇게 억수같이 쏟아붓는데 피아노를 집 안으로 들여놓지 않는가? 당연한 의문이 들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웃집 사람이 손 없는 시간에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으라는 무당의 말을 듣고, 손 없는 시간 보다 일찍 도착한 새 피아노를 손 없는 시간에 들여놓으려고, 마당에 부려놓고 비를 맞게 했다는 말이었단다. 그가 그랬다. 그 기이한, 비 이성적 사태를 복기하면서, 자기 신앙하는 태도를 점검해 봤단다. ‘방향은 다르지만, 자신이 신봉하는 말씀을 대하는 그 이웃의 태도가 보다 더 숭고해 보였단다.” “방향은 다르지만—.“
박지원 옹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요즘 무당이, 도사가 판치는 세상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대응 자세를 보면, 그분의 진단이 틀리지 않다 생각된다. 겉으로는 개신교도들인데, 그 영적 실상은 무속 신앙에 젖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느 보수 유튜버가 개신교 지도급 행사 초청 강사로 갔는데, 개신교회 지도자급 목사와 장로들이 윤석열의 손바닥 왕자를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더라며, 놀랐다고 말했다. 개신교 목사, 장로들이 무속 신앙을 오히려 변호하더라는 말이다. 변호하고 있다는 말이다. 작금.
어제 누가 나에게 그 아이 띠가 무슨 띠냐고 물었다.
목사인 내게.
나도 도긴개긴이라 여기고 있다 생각되어, 불쾌했으나, 당연하다고 스스로 퉁쳤다. 그래야 위안이 됐으니. 그랬다. 세속 정치권력을 탐하느라, 방향까지 무속 신앙 쪽으로 틀어버린 한국교회는 확실하게 여로보암의 길을 따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여겨졌다. 이 아침에도 자칭 무당보다 더 낫다는 김건희 예뻐 죽고 못 사는 어느 중후한 원로 목사가 내게 카톡으로 그런 류의 동영상을 내게 보냈다. 기가 막힌다. 씁쓸하다. 이제 기대도 안 하니, 차라리 맘이 편하다. 그래야, 주께서 가까우시지 않겠는가? 말이다.
2022.10.21(금) 오후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