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 조문 황은연 목사
2023.11.01 12:36
5200 조문 황은연 목사
그끄제는 서울 동서를 오가며 두 곳 결혼식장을 돌았고, 그저께는 남양주와 의정부를 오가며 임직 예식과 장례식장을 다녀왔고, 어제는 동일한 장례식장을 두 번이나 총 세 번째 다녀왔다. 몸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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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정을 지켜온 편부와 편모가 마련한 새 둥지로 향하는 자녀들의 축혼 행진곡이 서러웠다. 한 가정은 이웃 탈북민 가정이었다. 아버지와 아들만 남하했다. 아내이자 엄마는 평양에 있다. 홀로 받는 인사. 한쪽 어깨가 내려앉았다. 백주에 연락을 주고받을 날이,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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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붙여진 존재지만 죽음에 매이지 않는 부활 신앙으로 무장한 주검 앞에서 유족들은 천국 환송곡을 제창했다. 조문을 갔다가 예정에 없던 장례 예배를 인도/설교했다. 목회자는 언제라도 죽을 준비, 설교할 준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내게 또 적용됐다.
유족들은 의연했다. 한결같이 담담했다. 불효자의 탄식은 물론, 흔한 곡재인(哭才人)의 곡도 없었다. 부활 신앙으로 무장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상호 예비적 슬픔을 충분하게 나누며, 누렸다는 증거다.
근 20여 일, 선비(先妣)께서는 기도삽관을 하고 중환자실에 계셨다. 면회도 일절 허락되지 않는 중환자실에서 고인은 홀로 몸부림쳤다. 중환자실 로비에서 자녀 손들은 어머니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상황에 발을 굴렸다. 짧지만 긴, 고인의 인생사를 축약한 20여 일이었다. 자녀 손들의 효도를 고난받는 몸으로 끌어냄으로써, 자녀 손들에게 남을 죄의식을 사해 주려는 어머니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이었다.
얘들아, 내가 이렇게 힘든 세월을 보냈단다.
어머니, 우리를 용서하세요. 주님, 우리 어머니를 놔주세요.
이십 일이면 충분했다. 그만큼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단지, 못다한 효도를 완벽하게 이끌어냄으로 애통, 애곡 없는 초상을 준비했을 뿐이다. 효부는 울지 않는다. 통곡하는 불효자만 있을 뿐이다. 눈물 없는 초상, 그곳엔 불효자가 없었다. 하여 호상이었다.
안식일에 안식을 누리신 고인은 참 신앙인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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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운동하러 나가야겠다.
즐탁
2023.10.31(화)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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