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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4이 아침에 외우 박요한 원로의 한시 한 줄이 눈에 든다.

ㅇㅇ
港街躞
退安居過今
信退憂晩年
巷市始定居
港街鑒有新
<골목길을 걸으며>
물러나서 편안하게 지내니 분수에 지나친듯하고
믿음까지 물러날까봐 늙은 때가 걱정 되는구나
번화한 시장 어귀에 처음으로 머물 곳 정하였고
골목길을 걸어가며 성찰하니 새로움이 생겨난다
ㅇㅇ
<믿음까지 물러나>
분수에 지나치게 편안해진 은퇴자의 일상에 일생 강철 같던 믿음까지 무뎌질까 봐, 박 시인은 부질없는(?) 염려를 발하고 있다. 그렇다. 오히려, 주춧돌에 쓰이는 쑥돌/화강암처럼 그의 믿음이 여전히 단단하다는 증거다.
나는 믿음의 밑동이 이미 썩어 문드러져서 아무런 감각도 없는 일상을 이래저래 보내고 있는데, 그는 <골목길을 걸으>면서도 신심을 다잡고 있다 함 아닌가?
오늘 나는 교리도, 이념도, 진영도 분간 안 되는 파스텔 톤 지대를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오가고 있는데, 마냥 흐리멍덩히 노닥거리고 있는데,
나도 동네 골목길을 함 거닐어 볼까나,
안전眼前이 암전暗轉이다.
2023.11.04(토)
아래 사진
박요한 시인의 작품
미항 통영의 골목길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