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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3-사패산 어록및 낭송 시 모음

2008.04.17 23:02

김성찬 조회 수:3470 추천:108

 

사패산 번개 산행 어록 - 2008,4.17(목)

 

산에 오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인이 된다던 데...

 

정상 앞으로,

강봉구 - 산 아래서는 욕망을 산 위에서는 너그러움을.(인생사 막막한 등정과 답답한 하산일텐데) 

 

오준흥 - 정상을 향하는 자는 온기를 땅과 나누지 않는다. (산중턱, 한마당 쉼터에서 여기가 좋사오니 라는 듯, 그

마당에 멍석을 깔려는 우리 일행들을 독려하며) 

 

김성찬 - 그래봤자, 죽는 건데, 그제 죽으나, 어제 죽으나 / 내일 죽으나 모레 죽으나.

(그 천 년전 설악산에서 구사일생을 기원했던 조난 사건을 떠올리며, 한 두해 아니 한 십년 더 살았다고 피할 수 없는

죽음아니더냐, 한 십년 더 살았다고 무슨 족적이 남았다더냐, 생을 구걸말라)

 

오전 11시 18분 - 맨발의 알피니스트가 사뿐사뿐 나비처럼 하산하고 있었다.

오~ 맨발.

 

강봉구 - 갑자기 없는 무좀이 스멀거리는 것 같애.(순간 나도 문명의 이기(利器)라 여겼던 등산화가 너무 칙칙하

고 거북했다.)

 

김성찬 - 물을 지닌 자는 행복을 머금은 자다. 그러나 이 사막에서 물을 나누는 자는 그 행복을 꽃피우는 자

다. (준비없이 올라 마른 목 축일 길 없어 남들 물병을 염탐하며.)

 

김성찬 -  이 갈한 봄 동산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눈 물 머금은 진달래 꽃 숲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사

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 가에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생텍쥐페리- )

 

김성찬 - 자연은 모든 해답을 품고 있다. (너무 목이 말라 두리번거리다 한움큼 진달레 꽃을 따 입에 털어 넣고 꼭

꼭 씹어대자, 쌉쓰름 입안 가득 고여오는 타액, 오~ 이 공중부양한 옹달샘, 솔향 가득한 진달래 꽃, 쌉쓰름, 새콤 그리

고 달콤. 입이 단건가 꽃이 단건가?)

 

 

산정에서,

오~, 이 달달한 단바람.

 

오준흥 - 이 힘든 일을, 후회하며 올라왔는데, 이 맛이야 이 맛! 

          

수락선 팔부 능선보다, 사패산 정상이 더 값진 등정이라며, 정상 정복(?)을 뻐기는 우매한 중생들.

그래도, 이 작은 성취를 거듭해 간다면,

나중엔, 치악산도, 월악산도

저 천국도.

 

몸보다 먼저 오른 마음을 담아내고자 한 컷,두 컷.

한걸음만 더, 한걸음만 더.- 찍사 강봉구

만일 그 한 걸음만 더 뒤로 물러섰더라면, 휴-

 

오준흥 - 얼마면 되겠니, 얼마면 되겠어(지가 뭐 원빈인가?)

 

            10권이면 되겠니? 

            20권이면 되겠니?

            아님 50권?

            .

            .

            .

            그럼, 100권?!

 

            그는 문학도 김순현 아씨를 시집 100권으로 무너뜨렸단다. ㅎㅎ

 

침대는 살 수 있으나, 단잠은 살 수 없다는 데,

근데, 시집만 사준 것이 아닐까,

오늘 그 산정의 시낭송에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사모님의 반응을 보면서. ㅋ ㅋ

 

"아가씨, 이 총각과의 결혼 재고해 보시죠?" (왜 그랬을까? 진 짐이 너무 무거워 보였던 걸까?)

그때,그 연애 시절 치악산에서 우연히 만난 그 철인이 내던졌던 충고를 그녀는 따랐어야 하지 않았을까?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

IBM(무슨 약자인지 아실른지?), 감사하며 삽시다.

 

하산 길,

양동춘 - 난, 신을 믿어. (하산 길 비탈 길로만 저벅저벅 내려가는 그가 위태로워 조심하라 당부하자 내뱉은 말, 그는

확실히 신(shoes)을 섬기는 신자임에 틀림없다.)        

 

길을 잃었네.

산의 진노? 

예복도 없이 감히 무례하게 행한 산행.

생각많는 사람(김성찬) , 아무  생각없이 뒤따랐다가. 

산에서 길을 잃었거든, 다시 산정으로 오르세요.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해요.

길을 잃었거든 성산에 오르세요. 거기에 길이 있어요.

 

김성찬-  칼을 맞아 저리도 붉은 건가?(꽃씨속에 숨어있는/꽃을 보려면/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산정에

서 함께 낭독한 정호승의 시 '꽃을 보려면' 마지막 행을 인용하며, 꽃을 보려 마음의 칼들은 버린 장소인 듯한 진홍 빛

진달레 꽃 숲을 가리키며).

 

오준흥 - 다 왔어요, 조금만 더 올라가시면 되요.(거짓말, 이제 초입인데도 산에 오르는 이들을 격려하며. 십계명

이 두렵지도 않은지?)

 

 

 

 

 

이른 봄의 시/천 양 희

 

눈이 내리다  
멈춘곳의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이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위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꽃을 보려면 /정호승


꽃씨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다

꽃씨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다시 오는 봄/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는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소철/김성찬


죽은 바다의 전설이 되살아 오른다
다시 요동치는 바다
정수리로 솟구쳐 오르는 저 심연
간간이 흘러든 물줄기와 밤 낮 없는 백야의 달빛이
그루터기에 뇌수(腦髓)를 꽃피웠다

팔 다리 싹둑 싹둑 난도질 당해 버려
말라비틀어진 모과수 열매 같이 트렁크만 댕그란
베란다 한편에
겨우내
버려 두었던 소철

누구의 문안도 없는 그 마른 시내에
봄을 깨우는 여린 모성이 몰래 남 몰래
눈비를 간간이 적셔 주었나보다

섬뜩하다
수 표면(水 表面)은 저리도 고요하거늘
진저리쳤을 심연

홀연히 봉긋 내민
모아 올린 기도의 손

눈부시게 터져 나는 황홀한 옥빛 탄성
다시 부산해지는 심사(心思)
되살아나는 모진 삶의 의지

저 바다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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