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은,(이하 자기부정, 용서와 사랑의 회복의 시)
2008.05.09 19:58
박선희
늪은,
허공에 부려진 새들의 허다한 울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자란 것이 늪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썩어 문드러진 소리까지 결 삭여
질척이는 숨소리로 누덕누덕 시침질하고 있는
늪은,
애초에 조금 젖었을 거야 젖는 줄 모르고
젖었을 거야 고이는 줄 모르고 온몸으로
고이게 했을 거야 제가 갇히는 줄 모르고
제가 앓는 줄 모르고 부둥켜 끌어안고 질퍽이는
질척이는 내가 너를 네가 나를 결코 놓지 않아
놓아줄 수 없어 푹푹 빠져들었을 거야
더 깊숙이 곤두박질치는
늪은,
내 몸 속으로 엉겨들었다 긴 뿌리로
축축한 맨발이었다
흐르는 물소리가 구설수인 늪,
벌떡 일어나 떠날 수 없는
추억을 뿌리 채 솎아낼 수 없는
속 깊은 침묵을 가만가만
들려주고 있었다
--시집『여섯째 손가락』중에서
1999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와 사상 편집동인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민족작가회의 회원
부산 크리스챤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카페운영자
부산시울림시낭송회 회원
시집으로 <날마다 새가 되어>, <여섯째 손가락> 등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 | 시 읽기>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2] | 조프리 | 2007.12.21 | 2808 |
33 | 두번은 없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오해춘 | 2011.02.06 | 4396 |
32 | 내 무덤 위에 앉아 쉬리니 | 구재천 | 2008.05.28 | 2434 |
31 |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 영목 | 2008.05.11 | 3205 |
30 | 악의 꽃 序詩 독자에게 | 영목 | 2008.05.10 | 3233 |
» | 늪은,(이하 자기부정, 용서와 사랑의 회복의 시) | 영목 | 2008.05.09 | 2399 |
28 | 물고기의 말 | 영목 | 2008.05.09 | 2424 |
27 | 오지 않네, 모든 것들 | 영목 | 2008.05.09 | 2508 |
26 | 이식(移植) | 영목 | 2008.05.09 | 2278 |
25 | 마음의 달 | 영목 | 2008.05.09 | 2385 |
24 | 낡은 의자 | 영목 | 2008.05.09 | 2328 |
23 | 벌초 | 영목 | 2008.05.09 | 2208 |
22 | 편지, 여관, 그리고 한 평생 / | 영목 | 2008.05.09 | 2379 |
21 | 수수꽃다리에 대한 기억/ | 영목 | 2008.05.09 | 2230 |
20 | 발바닥으로 읽다 / | 영목 | 2008.05.09 | 2487 |
19 |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 영목 | 2008.05.09 | 2239 |
18 | 가을, 빗방울꽃 / 김혜경 | 영목 | 2008.05.09 | 2332 |
17 | 침몰하는 저녁 | 영목 | 2008.05.09 | 2133 |
16 |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 영목 | 2008.05.09 | 2548 |
15 | 슬픔 많은 이 세상도 | 영목 | 2008.05.09 | 20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