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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은,(이하 자기부정, 용서와 사랑의 회복의 시)

2008.05.09 19:58

영목 조회 수:2399 추천:41

박선희 

늪은,

박선희


허공에 부려진 새들의 허다한 울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자란 것이 늪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썩어 문드러진 소리까지 결 삭여
질척이는 숨소리로 누덕누덕 시침질하고 있는
늪은,

애초에 조금 젖었을 거야 젖는 줄 모르고
젖었을 거야 고이는 줄 모르고 온몸으로
고이게 했을 거야 제가 갇히는 줄 모르고
제가 앓는 줄 모르고 부둥켜 끌어안고 질퍽이는
질척이는 내가 너를 네가 나를 결코 놓지 않아
놓아줄 수 없어 푹푹 빠져들었을 거야
더 깊숙이 곤두박질치는
늪은,

내 몸 속으로 엉겨들었다 긴 뿌리로
축축한 맨발이었다
흐르는 물소리가 구설수인 늪,
벌떡 일어나 떠날 수 없는
추억을 뿌리 채 솎아낼 수 없는
속 깊은 침묵을 가만가만
들려주고 있었다
              
--
시집『여섯째 손가락』중에서




1999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와 사상 편집동인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민족작가회의 회원
부산 크리스챤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카페운영자
부산시울림시낭송회 회원
시집으로 <날마다 새가 되어>, <여섯째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