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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터키 14.

 

시방,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

 

겉 모습으로는 다들 한 점 염려 없어 뵈고, 남들 부러워하는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지만, 그 마음 상태는 제각각이리. 그 마음을 누르고 있는 제 몫의 눌림이 분명 있으려니.

 

사순절, 종려주일, 고난주간이 이어져 가는  엄숙한 주간이다. 지금은 현지 시각, 종려 주일 새벽이다.

 

근데, 

당신 김목사는 땡자탱자 여행이나 즐기고 있으니~. 

ㅉ,ㅉ

 

난 답한다. 

그 독생자의 고난이 오늘의 내겐 축제여야 마땅한 게 아닌가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5:1)”는 말씀을 받아 누려야 하는 게, 아버지의 뜻이 아닌가요?

 

이렇게 답하고, 반문하면

그대가 동의해 줄까? 줄 수 있을까?

없다. 없을 거다. 

무슨 핀트도 안 맞는 궤변이라고 윽박지를 거다. 

 

그래, 맞다. 지금 내 심장이 궤변임을 증거하고 있다.

하여, 고린도후서 11장을 편다.

부활 생명의 산 증인 사도 바울도 그 마음이 눌려 있다고 고백한 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담대히 그의 내부의 적들과 맞짱을 뜬다. 내가 니들에게 꿀릴 게 뭐가 있겠냐?

 

출신 성분, 학벌. 복음 전도를 위한 수고, 살 소망까지 끊어질 만큼 받은 핍박과 환란 등등에서, 나도 그 누구 못지 않다(고후11:21~26)라고 

담대히 선언한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이냐 정신 없는 말을 하거니와 나는 더욱 그러하도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고후11:23)

 

근데, 그 당당했던 그가 시방 눌려 있단다.

 

그 밖의 것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를 염려하는 염려가 날마다 내 마음을 누르고 있습니다(고후11:28).

 

전인 미답의 전장 그 영적 전투에 있어서는, 빼어 난 전과를 올린 그가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있단다.

 

그것은 순전히, 전적으로 교회란다.

영적 전투와 목양은 이렇게 다르다.

 

그 발로 세운 교회. 세워두고 온 교회. 때론 혹 같은 교회. 계륵 같은 교회. 상처 난 교회, 병든 교회 등등.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듯이,  그가 영적 전투로 일군 그 어느 교회도 문제가 없는 교회가 없기에, 목자 바울은 삼백 예순 날 천지 사방에 흩어져 있는 교회에 대한 염려로 항상 눌려 있다는 거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목자로서 교회를 염려하는 염려로 

바울이

날마다 그 마음이 눌려 있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교회를 위한 염려보다 더한 염려가 없다는 말이다.

 

교회 앞에서 작아지는 목자

교회 앞에서 약해지는 목사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넘어지면, 나도 애타지 않겠습니까? / 30  꼭 자랑을 해야 하면, 나는 내 약점들을 자랑하겠습니다(고후11:29,30)

 

일반화, 교회를 생각하며 약해지는 데 있어서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거.

 

자신에게는 강한 것도 많지만, 교회에 대한 염려로 약하기에 자신은 약한 존재라는 말씀이다. 교회가 제일이요, 전부라는 말이다. 허니, 교회 관리에 약한 자신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자랑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꼭 자랑해야 한다면 자신의 약점을 자랑하겠다고 말한다. 약점, 성공적인 교회 관리에 실패한 약점을 자랑하겠다는 거다.

 

감히 비교할 수 없으나, 나도 본질상 그분과 같은 목자라는 동질성을 바울 사도께서 인정해 주신다면,

 

나도, 더욱이 나는

날마다를 넘어 매 순간

그래, 이 순간에도 교회를 위한 염려로 

나는 눌려 있다.

 

다시스로 사명을 피해 달아났던 요나처럼,

나는 그 사명에 눌려 있다.

배의 밑창으로 기어들어가던, 그 사명에서 도피한 요나처럼 오그라들고 있다.

 

사도 빌립이 돌에 맞아 순교한 땅 히에라볼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순교?

나도 내가 나에게 던진 돌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

난, 살아 순교를 당하고 있다.

 

내 자랑은 이거다.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위대한 목사 바울 사도조차 약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나같이 악하고, 게으른 종이랴.

 

긴급 요청에 부응하여, 선뜻 일정 살펴보지 않고 덥썩 물었던 여행 티켓. 되물릴 자격도 없어 흐른대로 흘러, 종려 주일을 이방 땅에서 보내는

 

불편함에 짓눌린 이 새벽, 

수탉의 울음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 무릎을 꿇는다.

 

불꽃 같은 눈으로 

시방, 나를 감찰하고 계시는 성령이여,

나를 토해 내소서

 

니느웨 해변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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