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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4장 3-9절 옥합을 깨뜨린 여인

2011.04.20 07:28

김성찬 조회 수:1763 추천:58

마가복음 14장 3-9절 옥합을 깨뜨린 여인
2011.04.20(Wed.)

오늘 유월절 이틀 전 - 수요일,

마가복음 14장 3-9절 옥합을 깨뜨린 여인에 대해 듣습니다.

원래 이 사건은 유월절 엿새 전,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 사건은 구속사적 맥락에서는 오늘을 위해 있는 사건입니다. 이 본문에 이어 나오는(10-11절) 가룟 유다의 배신도 어제인, 화요일에(막14:1-2) 있었던 사건입니다. 어제의 사건이 오늘을 위해 있는 것이 구속사 그 계시의 점진성의 비밀입니다.

 

앨러배스터(alabaster) - 설화석고(雪花石膏), 나르도스타키스 자타만시 - 나드향이 가득 든 옥합을 깨뜨려 그의 머리에 부은 여인. 한폭의 수채화를 대합니다. 다른 사건이지만 누가복음 7장(36-50절)에도 예수께서 바리새인 집에 앉으셨음을 알고 찾아 온 죄인인 한 여자가 향유 담은 옥합을 가지고 와서 예수의 뒤로 그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씻고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었다고 전합니다. 눈물겨운 사랑이야깁니다.

 

그러나 이 눈부신 사랑 이야기는, 너의 아름다움만을 바라 본 에로스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사랑은 너의 곤궁함을 바라 본 아가페적 사랑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문둥이 시몬의 집에 유하고 있는 장면에서부터, 이 옥합을 깨뜨린 여인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너의 곤궁함을 바라보고, 그 곤궁함을 해결해 주시려고, 먼저 자신을 깨뜨려 문둥이들과 창녀들의 사랑이 되어 주신 이가 바로 십자가로 향하시는 예수셨습니다. 종(種)은 종(種)을 낳고, 류(類)는 류(類)를 낳듯이 그 사랑은 그 사랑을 낳았습니다. 그 아가페 사랑은 그 아가페 사랑을 낳았습니다. 너의 곤궁함을 바라보자 그녀도 너의 곤궁함을 바라 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물질은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줬어야 했다며 시비하던 가룟인 유다는 예수를 은전 30냥에 팔아 버리고 맙니다. 물질의 참 효용성을 그는 알지 못한 것입니다. 가난한 자는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7a), 라는 그분의 말씀을 거기까지만 듣고 돌아 선 것입니다. 아니 그 다음에 이어서 하신 말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7b)는 말씀까지 들었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저가 힘을 다하여 내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사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8) 는 말씀까지도 들었는지 모릅니다. 암튼, 예수의 말씀을 잘라 먹었든, 아님 통째로 되새김질 없이 삼켜 버렸든, 그 어떤 경우였을지라도 이기적 자기애에만 도취된 가식적 휴머니스트에게는 그 말씀이 소화될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가룟유다 그가 가식적 휴머니스트라 함은 요한의 예리한 관찰이 그 증거입니다. 가룟유다가 말하되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하니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저는 도적이라 돈 궤를 맡고 거기 있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요12:4b-6). 그렇습니다. 그는 물질의 참 효용성만이 아니라, 아가페적 사랑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는 자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곤궁함을 바라 본 예수의 사랑으로 구원에 이른 이 여인은, 그 구원의 빛으로 예수의 곤궁함을 투사했던 것입니다.

 

"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7b)

저가

힘을 다하여 내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사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8)  

"

 

그녀는 들을 귀있는 여인이었습니다. 가련하고, 추한 자신을 동일시(identification)해 준 예수를, 그녀가 이제 십자가의 예수와 그녀 자신을 동일시(identification)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와 동일시(identification)함으로 형성되는 자기 정체성(identity)을 그녀가 갖게 된 것입니다. 너의 추함을 바라보는 아가페적 사랑의 정체성을. 그래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안아 주는 예비적 슬픔을 이렇게 화사하게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

 

술람미 여인이 그 사랑하는 자를 위해 나드향을 발산하듯, 이 여인은 사랑하는 이의 장사를 위해 설화석고, 자신을 파아싹 깨뜨려 온천지에 향내를 발하고 있습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이후로 영원히 그분이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영원히 기념되는 향기로 그녀는 충만해 있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죽음같이 강한 것(아8:6)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