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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써큘레이션(circulation)

2009.08.27 22:57

김성찬 조회 수:3539 추천:79

영혼일기 369: 써큘레이션(circulation)

2009.08.27(목)

“여긴 써큘레이션이 잘 돼요.”

신안수정교회 김연숙 사모는 햇 태양초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선물해 준 그 온정에 대해 내가 감사를 표하자, 그렇게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여긴 써큘레이션이 잘 돼요. 써큘레이션(circulation), 순환이 잘된다는 말이다. 선순환구조가 역동적이라는 말이다. 퍼준 만큼 이내 채워진다는 말이다.

그랬다. 지난 3일 동안 고향방문 일정은 사랑의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한 일정이었다. 우선 먹거리부터 그랬다.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지난 사흘간 나는 그 선순환 된 먹거리 인심 기행을 즐겼다. 지난 화요일 번개회동을 갖은 꽃게 게장과 홍어삼합에 이어, 수요일 전복요리 그리고 목요일 민어회에 이르기까지 우린 서로서로 좋은 것을 함께하는 멋진 써큘레이션을 즐겼다. 그랬다. 그 별미기행은 무엇보다 주거니 받거니 앞 다투어, 연이어 서로를 극진히 대접하는 온정 선순환이었다.  

마음을 주고받는 온정 써큘레이션. 나는 화요일 저녁 식사는 전남중앙지방회장 이형삼 목사님으로부터 목포의 별미 꽃게장과 홍어삼합, 수요일 점심은 고정웅장로님 내외로부터 전복요리, 수요일 저녁은 원규 부부로 부터 별미 오리를 접대 받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까지 시간을 내어 교통편의를 제공해 주시고 아침마다 하당 맛 집에서 상큼한 조찬을 제공해 주신 총회 회계 강태국 장로님의 물심양면의 후대를 받았다. 또한 숙소는 어떠했던가? 독신 남 테너 경돈이가 자기 아파트에 둥지를 틀라 권하고 권했으나, 나는 하당에 세워진 팔복교회에서 이틀을 유했다. 호텔을 잡아 주겠다고 말했으나, 나는 호텔의 폐쇄성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그리고 남들 자고 일어난 자리에 몸을 내맡기는 찝찝함도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었다. 교회가 좋았다. 비록 교회 사무실 침대 겸용 소파를 잠자리로 할지언정 영적으로 신선한 호흡이 자유스러운 교회가 딱 내 체질이다.

그렇게 멋진 써큘레이션을 즐기며 난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간간이 비도 내리는 촉촉한 날이었다. 나는 그 온정 선순환을 내가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는 민어 제 철이었다. 민어는 서해안 고기란다. 하여 남해안에 속하는 목포보다는 목포에서 한 시간여 올라가는 북서쪽에 위치한 지도면이 민어의 원산지란다. 하여 우린 민어회를 맛보러 지도로 향했다. 지난 며칠 동안 이 동네 분들에게 받은 사랑에 작은 보답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태국 장로님과 김명기 목사 그리고 지도면에서 목회하시는 이형삼, 기정도, 김정수 그리고 박승엽목사님을 모셨다. 이형삼 목사님의 신자네 횟집인 ‘들녘’에서 우린 신선하고, 육질 도톰한 민어회를 즐겼다. 도회지 횟집의 음식과는 양질 면에서 달랐다. 나는 도회지 일식집의 횟감을 먹긴 먹지만 즐기지 않는다. 맛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원산지 민어회는 역시 달랐다. 식사도중에 우리 서울중앙지방회 최종환 목사 부부가 합석했다. 두 분이 휴가차 먼데 서울에서 달려 와 동기 박승엽 목사님을 만나려던 시각이 마침 우리 선순환 먹거리 스케줄과 겹쳐, 우린 함께 식탁을 대했다. 음식 좋고 사람 좋은 희열이 그 오찬 식탁에 넘실거렸다.

별미 써큐레이션을 마치고 식당을 나오면서, 박승엽목사님께서 자기 교회에 잠간 들려 달라고 말했다. 박목사님은 김명기 목사의 매형이다. 그러니까 그 아내, 사모 연숙이는 모교회인 북교동교회 내 후배다. 하여 나는 그분을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직접 대면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생선 날 것을 먹지 못해 오늘 민어회 한 점도 즐기지 못한 박목사님은 황급히 사택을 뛰어 들어가더니 웬 봉다리 하나를 들고 나왔다. 사모 연숙이는 광주광역시로 강의를 나갔다며 집에 없었다. 고춧가루였다. 햇 태양초 고춧가루였다. 감사히 받고, 돌아오는 길에 그 처남 김목사가 이렇게 내뱉었다. “저 양반 뭐 하나 집에 두는 꼴 보지 못하는 분이셔. 있는 대로 다 퍼 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여.”

“여긴 써큘레이션이 잘 돼요.” 돌아 와 서울에서 감사의 전화를 박목사에게 넣었더니, 이내 그 수화기에서 튀어 나온 사모 연숙이는 그렇게 체질화된 선순환 온정 나눔에 대해 당연한 듯 대꾸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이 시기는 노지, 자연산 무화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철이다. 내가 무화과 타령을 해대자, 금 나와라 뚝딱 - 두드리는 대로 즉각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무화과가 한 상자 툭하니 즉시 하늘에서 떨어졌다. 내가 무화과타령을 하자 김목사가 무화과나무 100주를 가지고 있는 권사님과 연락했고, 그 권사님은 무화과 한 상자를 나에게 건넸다. 아직 무화과가 본격적으로 익지 않아서 이틀간 담임목사님을 드리려고 따 둔 무화과인데 나에게 선사했다. 김명기 목사네로 갈 무화과가 내게로 건네진 것이다. 이 또한 청정 써큘레이션이다.

평소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내가 받아 온 무화과를 맛보더니,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 세상에 있었느냐며,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며, 그 퍼주기 좋아하는 여자가 혼자 독식하고 있다. 무화과 번개 하자는 데도 꿈쩍하지 않는다. 하여 써큘레이션이 우리 집에서 그 무화과 때문에 종언을 고했다. 우린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 사해(死海)가 되어버렸다. 흑, 흑. 무화과 한 상자 때문에. 더 이상의 선순환이 없는. 그래 여기 척박한 서울은 써큘레이션이 잘 안 돼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 맛난 무화과 한 개를 한 입에 몰아넣고는 아내는 이렇게 소리쳐 댄다.

니들이 무화과 맛을 알어?

어머니 산소에 들려 서울로 왔다. 고장로님은 그 묘지 주변 측백나무를 두 그루정도 베어내겠다 약속하셨다.

또 하나의 써큘레이션. 총회 임원회에서 지난 화요일 제주선교 60주년 기념교회 공동 설립을 위한 개척자금 5천 만 원을 지원해 주기로 결의했단다. 돌고 도는 돈이 정말 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써큘레이션에 앞장 선 힘을 실어 주신 분이 바로 강태국 장로님이시다. 고향 형님이기도 한, 총회 회계 강 장로님께서 지난 화요일 총회 임원회 안건에 당연히 올라왔어야 할 그 안건이 빠진 것을 알고, 황급히 조치를 강구해 그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최종 마무리를 완벽하게 해 주셨다. 총회가 어수선한 바람에 총무도, 사무국장도 챙기지 못한 그 안건을 총회 회계 강장로님께서 세밀하게 챙겨주신 것이다. 그동안 제주 교회 공동설립의 건을 진행해 오면서, 나는 정말 앞장 서야할 사람들이 거침돌이 되고, 방관자가 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돕는 자를 허락하셔서 원활한 써큘레이션을 가능케 하셨다. 오늘 민어회 써큘레이션도 사실 강장로님의 그런 대의적 차원의 자발적 지원에 대한 감사를 내가 표한 작은 보답이었다.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작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 사도들이 큰 권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니 무리가 큰 은혜를 받아 /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 - 사도행전 4장 3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