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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화진포에서, 건국대통령의 기도와 유언

2010.03.19 23:17

김성찬 조회 수:3495 추천:74





영혼일기 526: 화진포에서, 건국대통령의 기도와 유언
2010.03.19.(금)


어제는 설악을 향했다. 정숙한 오색그린야드에 여장을 풀고, 정갈한 이모네 산채정식으로 입가심을 한 후, 정막한 남설악 주전골 산책을 즐겼다. 그 초입 오미(五味) 오색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진입해 들어간 주전골은 골 깊은 계곡이 연이어진 비경이었다. 깊게 패인 협곡 양편으로 솟구쳐 오른 기암절벽과 그 골을 타고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오늘도 잔잔히 봄을 깨우고 있었다.

천불동계곡의 축소판이라 일컫는 주전골은 남설악 오색지구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이 계곡은 조선중엽 승려를 가장한 도적떼들이 위폐(僞幣)를 만들만큼 깊은 곳이었다는 데에서 주전(鑄錢)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 주전골 입구에 우뚝 선 독주암이 장관이었다. 그 정상부에 한사람만 겨우 앉을 수 있다하여 독주암이라고 불린단다. 길은 완만했고, 일기는 온화했다. 길이 험하지 않아 어린이로부터 노인까지 쉽게 걸을 수 있는 실버코스라고 한다.

그제 밤 때 아닌 3월의 두 번째, 폭설예고에 사실 나는 내심 큰 기대에 부풀었었다. 봄 설악의 함박눈을 대하게 되리라는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눈은 오지 않았다. 함박눈은 없었어도, 자작나무 수피(樹皮)처럼 그늘진 산기슭을 언뜻언뜻 밝히는 3월의 잔설(殘雪)은 더디 오는 심곡(深谷)의 봄을 감미롭게 했다.

심신이 정갈해지는 산뜻함을 한동안 즐겼다.

돌아 와 탄산수 온천에 몸을 적시고, 산채비빔밥으로 산나물의 향취를 즐겼다. 깊은 밤까지 함께한 동지들과 민속적 여흥을 한판 신명나게 즐겼다. 그리고 단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고성 화진포 이승만, 김일성, 이기붕 별장에 들렸다. 화진포 호수와 동해가 맞물려 환상을 자아내는 별천지에 그 별장들이 위치해 있었다.


❝❝

건국대통령의 기도와 유언
The Founding Father’s Prayer and Last Wishes


“……이제 저의 천명이 다 해 가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명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 버렸습니다. 바라옵건대, 우리 민족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옵소서, 우리 민족이 굳게 서서 국방에서나 경제에서나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민족을 위한 축복의 기도는 파란만장의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

“잃었던 나라의 독립을 다시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하며 불행했던 과거사를 거울삼아 다시는 종류의 것이든 노예의 멍에를 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우리 민족에게 주는 유언이다.”

아들 이인수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유언을 남겼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 갈라디아서 5장 1절 말씀

1965년 7월 23일
우남 이승만
❞❞

우국지사(憂國之士)의 애국충정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기도문이요, 유언이었다. 그리고 시대와 사람에 따라 적절하게 허락 된 말씀은, 과연 온 인류와 역사에 지침되는 필요충분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 1).”

이 말씀의 의미를 건국대통령만큼 절절하게 맛본 이가 그 누구겠는가? 빼앗긴 것을 되찾는 다는 것의 어려움을 그분은 생생하게 체험하신 분이시다. 그래 뭔가 돌이킨 다는 것, 굽은 것을 편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그 무엇이겠는가?

뒤틀린 소나무는 분재로써의 가치라도 있지만, 왜곡된 인간심사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실로 난망(難望)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다시 종 되는 일없는 자유의 파수꾼이 되라 말씀은 우리에게 명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