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3: 부요한 심사
2013.04.08 23:23
영혼일기 1253 : 부요한 심사
2013.04.08(월)
영동지방엔
사월에 이르른 오늘까지도
푹푹 눈이 내렸다는데
내 둥지는 비바람만 거센 봄날 저물녘
강의를 가다가
사명이 뭐라고
막차 탄 승객들이
내려 놓을 길 절대 없는
강권한 그 사랑으로
모진 당신이
반半 억지로 짐지워 준 사명에 말려
허기도 말리지 못한 채
진종일 삭정이처럼 말리는
해질녘 강의실 사명에 굶주린 만학도들 초상이
황혼 벳새다 빈 들녘 군중들과 오버랩 되어
시골 밥상이 그리워지는 구로역
플랫폼 빵 굽는 스토리웨이 앞에서 서성이며
애잔한 맘을 들어올렸다내렸다 저울질해 댄다
칠미(七味) 난다는 풀빵을 굽던 아낙이
내 심사를 간보며
호객행위에 열을 올리고
단맛, 매운맛, 신맛, 짠맛, 쓴맛 오미五味에
눈물, 콧물을 더한
제 삶의 칠미七味를 팍팍 버무려
내뿜는
그녀의 입의 단내를 흡입하며
나는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백석의 시구를 내심 읊조리며
눈조차 내리는 않는 가난한 들녘에 선
호주머니 헐거운
나는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
가난한 맘만으로는 도시 배설할 길 없는 지상의 만찬을
붓을 들어 지하철 차창에 데생해 본다
춘궁기
영동에 내렸다는 나타샤를 위한 눈이
박엽지 같은 내 사랑에도 감응해
푹푹
내리고 있는
내
부요한 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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