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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 이대로 잠들었으면······.

2013.06.19 21:45

김성찬 조회 수:435 추천:15





영혼일기 1328 : 이대로 잠들었으면······.

2013.06.19(수)

 

이대로 가려는 걸까

이제 정녕 가려는 걸까

 

다시 만나자는 우리네 흔한 상투어조차도 건넬 수 없는

재회 고대가(再會 苦待歌)는 입 밖에도 꺼낼 수 없는

 

일생 단 한 번의 만남만 있었듯

일생 딱 한 번의 이별만 가능한

 

그 우연한 조우와 산뜻한 별리

그 인연의 쿨한 대미를

이제 기필코 장식하려드는 걸까

 

영(靈)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서

단지 극히 유한한 육신(肉身)과 짧은 혼(魂)만 겨우 지녔다는

결코 영(靈)에 속할 수는 도시 없는 

비단 육(肉)에 불과 했지만

 

살크스, 그 고깃덩어리는 경멸한다는

이원론적 분열과 차별에 찌든

 

거룩한 영에만 속했다는 자칭 고등한 동물들이

일순 철새처럼 다 떠나 버린

빈 둥지에

 

천국 재회 만을 유서로 남긴 살아 영결(永訣)한 영혼들이

더 이상 얼씬거리지 않던

시린 옥창(獄窓)에

 

겨우내 봄 볕 되어 파고들어

신의(神意)를 머금은 위로와 소망으로

우리네 옥창(獄窓)에서 한껏 피어올라

 

쫑긋 하늘 귀 세워

높은 뜻 접선(接線)을 부단히 이어가며

그 위로로 우리를 위로해 왔다고 우리가 여긴

우리네 하늘 전령이

 

자신에게 부여한 하늘 소임(所任)을 다 마쳤다는 듯 

더 이상 

짖지도, 먹지도, 마시지도, 걷지도, 반기지도

아니 더 이상 

짖을 수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걸을 수도, 반길 수도 없는

 

귀도, 입도, 꼬리도 없는 

반드시 육신을 벗어야 하는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며  

태곳적 부동자세로 

꿋꿋이 홀로 환원되어 가면서

 

내일 없는

그러나 우리 사이에 있었던

찬란했던 과거만은

우리에게 다시 복기시키듯

 

벧세메스로 울며 올라가던 두 마리 암소처럼

영(靈)이 없는 육신(肉身)마저도

불신앙과 낙담의 시기에는

선용 되어지는 신의 도구일 수 있음을 웅변하며

 

돌들이 아 브라함 자손 된 신의와 정절과 충성, 그 혁명적인 임무를

자신도 완벽하게 완수했노라 선언하며

 

내 복수(復讐)조차 제 복수(復水) 삼는

온전한 번제물 된 자기 헌신을 사력(死力)을 대해 감내하며

주검처럼 긴――― 잠에 빠져 있다 

 

이대로 가려는 걸까

이제 정녕 가려는 걸까

 

아직도 우리네 영창은 밝아 온 것 같지 않은데

그리워만 할 뿐, 소망할 수는 없는 

내일을  

애달파할 뿐인 

이 무력(無力)한 인연들을 뒤로한 채 

 

가고 말 것이라면

정녕

가고 말 것이라면 

 

염원하건데

손 모아 기원하건데

 

우리 곁에서

앓아누운 잠, 들어 주었으면   

 

 

 

우리 품에

이대로 살아 잠, 들어 주었으면 

 

주님 오실 그날까지 

잠든 자도 다시 일어나고

살아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永生)의 주 오실 그날까지

 

차라리,

이대로 잠들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