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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0: 나 주의 기쁨 되기 원하네 ♫

2013.06.20 23:13

김성찬 조회 수:657 추천:43





영혼일기 1330 : 나 주의 기쁨 되기 원하네 ♫

2013.06.20(목)

 

깊은 밤, 귀가(歸家) 하던 중, 멈칫 발길이 절로 멈춰졌다.

반겨 줄 아지가 없다는 사실에 일순 절망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오늘 녀석을 땅에 꽝꽝 묻었었지.

 

개(犬) 가지고 뭘 그러느냐

당신들은 나를 힐난할 것이다.

이해할 수 없기에 이런 우리네 상심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집에 들어서면서 뛰어나와 반기지 않는 아지가 괘씸해서 이 방, 저 방 둘러보면서 아지를 찾았으나, 녀석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어 뭔가 먹거리를 뒤적이다가 이내 발치에 다가와 뭐 달라고 꼬리 흔들어 대는 아지가 눈에 띄지 않아 가슴이 저며 왔다. 

 

정(情)이란 정(精)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아지에게 다 쏟아 부었기에, 더 이상 다른 강아지를 키울 여력이 없다는 아내의 옹근 다짐을 듣는다.

 

개를 키워 본 일이 없는 이들은 오해하고 있을 거다.

뭐 그리 개를 예뻐하느냐고?

개가 예뻐서 죽고 못 사는 애견가들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애견가들이 개를 예뻐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강아지 때문임을 저들이 몰라서 그렇다. 예뻐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아지들이 그 가족 된 주인을 미친 듯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 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강아지 탓이다. 온 몸으로, 전심으로, 밤낮 없이 오직 한 사람 주인만을 미친 듯이 반기는 강아지를 예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때로는 겁을 주고, 꾸짖고, 때려도 이내 돌아서서 오해도, 시비도, 앞 끝이나 뒤끝 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주인만을 하늘처럼 반기며, 섬기는 강아지를 미워할 사람은 없다. 배신과 변절이 죽 끓듯 하는 이 세태 속에서 그런 일편단심 충정에 감읍 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는 없다.

 

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기다 더해 아지는 매우 정갈하고, 단정했다.

그래서 우리네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막내 아지는 마지막 가는 길에도 우리를 감격케 했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아지는 철저하게 이타적인 선택을 온 몸으로 실천하고 떠났다. 

 

아지가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는 몇 가지 아지에게 바람이 있었다.

 

하나, 오빠가 올 때까지는 살아다오.

둘, 동토(凍土)의 계절이나, 장마철 폭우를 피해다오.

셋, 우리 식구 모두가 그 죽음을 여유 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다오. 

 

이상과 같은 바람을 아지에게 요구했었다.

물론, 당연히 먼저 전능하신 하나님께 그 같은 기도를 드리면서. 

 

그런데 바로 가족들의 기도와 바람대로 아지는 산뜻하게 갔다. 

 

지난 가을부터 아지는 시난고난 노환을 앓아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다. 더군다나 배에 복수까지 차올라 너무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몸 상태로 아지는 오빠가 일시 귀국한 지난 5월 말까지 근 10여 개월을 기적같이 버텨냈다. 물론 그 사이 기도의 응답으로서의 아지도 있었다. 맥을 놓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다 죽어 가던 때, 우리 가족이 함께 간절히 회생을 위해 기도했더니, 그 다음 날 벌떡 일어나 먹을 것을 찾기도 했었다. 그러나 죽음으로 향해가던 아지는 우리가 "아지야 힘들지, 많이 힘들지. 엄마 곁을 떠나고 싶지 않겠지만 어서 가. 어서."라고 맘에 없는 애원을 할만큼 아지는 너무나 고통스런 마지막 생을 보냈다. 그래서 이제는 편히 자고 있을 거라고도 우리는 맘에 없는 소리를 또 내뱉었다.

 

그리고 그 별리(別離)가 엊그제였다면 엄마도 없었을 건데, 온 가족이 함께 한 오늘. 주일이나 수요일을 넘긴 가장 여유 있는 목요일. 그 시간대도 저녁이나 한밤중 또는 꼭두새벽이 아닌 오전 11시 경에 아지가 제일로 좋아하는, 오매불망 오직 엄마뿐인, 그 엄마 곁에서 숨을 거뒀다. 장마 예고 속에서도 날씨가 무덥거나 습하지 않고, 적당히 구름 비친 선선한 오후에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은연 목사님네 은혜 동산에 묻히는 은덕을 입었다. 더군다나 멀리서 온 오빠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정성스레 정비해 준 묘실에서 영면하는 복락을 누렸다. 그랬다. 아지는 그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정말 산뜻하고, 깔끔하게 가족들을 배려하며 아지다운 생을 마감했다. 정말 고마웠고, 감사했다. 그리고 매우 애틋하게 그립다. 사랑의 하나님께서 이 시간 어둡고, 찬데서 홀로 외로울 아지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 주시길 기도한다. 

 

우리는 찬송한다. 찬송으로 염원한다.

 

나 주의 기쁨 되기 원하네 ♫

내가 원하는 한 가지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

내가 원하는 한 가지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

 

그랬다.

육신밖에 없는 아지였지만,

녀석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온 몸으로 우리의 기쁨이 되길 원했다.

그 염원대로 그의 몸은 우리들이 기뻐하는 우리네 산 제물이 되었다.

우리들의 영혼까지 따뜻하게 해 준 산 제물이었다.

 

개미에게 지혜를 배우라(잠6:6)는 말씀처럼,

우리는 14년을 함께 했던 아지에게서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받는 비결을 배운다.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잠8:17).”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

 

부디,

나 주의 기쁨 되기 원하는 ♫

하여, 오직 주의 사랑에 매어 주를 기뻐 찬양하는,

거룩한 산 제물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