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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낙담은 나의 힘!?

2012.11.11 23:46

김성찬 조회 수:608 추천:24



영혼일기 1119: 낙담은 나의 힘!?
2012.11.1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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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카톡을 보내왔다.
2012.11.11 오후9:20

아빠 항상 아빠 뒤에서 큰 힘이 되고 싶어 아빠 늘 힘 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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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막내가 지난주일 2012.11.4 에도
아빠 오늘 설교 잘 해 ♫
라는 문자를 그 주일 아침에 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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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어느 주일
그 막내가
아빠 교회 가자 ㅠㅠ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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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교회 K목사의 큰 아들이 대학 1학년 때,
우리 아빠가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작은 교회 목사로 홀대 받아야 하느냐,
라고 울부짖더란다.
그 아들이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외국 박사가 되고, S그룹 과장 되어 돌아 와 아버지에게 고급 승용차를 선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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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교회가 일부 기득권층 평신도들의 교권찬탈 욕심으로,
교회와 담임목회자의 처지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 국면에 처했던 시절에,
매 주일 노골적인 행패를 일삼던 불순분자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그 자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수모를 당하던 그 처절했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L 목사님은 내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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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목사라고 날 인격적으로 능멸했던 인간들을(K모 장로 등)
내 대신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보복해 주시라고,
나는 간헐천 같은 저주를 뿜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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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물론 큰 애도
오늘,
아빠를 위한 한 힘이 되고 싶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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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사야서 40장과 41장을 본문 삼았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사41:14)

그래 눈도, 귀도, 발도, 척추도 없는 지렁이 같은 야곱. 바로 너.

* 눈이 없으니, 어떻게 눈을 열어 주의 법 안에 있는 놀라운 진리를 보고 깨달을(시119:18) 수 있겠는가?
* 귀가 없으니, 어떻게 성령이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을(계3:13) 수 있겠는가?
* 발도 없으니, 어떻게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롬10:15)이 될 수 있겠는가?

* 척추가 없으니, 어떻게 바로 설(겔2:2/행26:16/빌4:1) 수 있겠는가?

야곱아 너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느냐? 명철이 한없는 여호와 하나님을(사40:28)
허니, 오해하지 마라. 낙담하지 마라. 역정 내지 마라.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사40:31)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8:26)

이렇게 설교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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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6일 저녁 한국상담심리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심리상태를 점검하는 테스트에서 내 심리 상태가 ‘공포심’에 절어 있다는 객관적 판정을 받았다. 나는 즉시 동의했다.

이사야 41장에는 하나님께 선택을 받은 야곱이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완전 상실해 버려 눈멀고, 귀조차 먼 지렁이로 퇴화 되어버리고, 발이 묶인 처절한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처절한 상태를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두려움에 찌들었다”라고 표현하셨다.

너 지렁이 같은 야곱아, 벌레 같은 이스라엘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돕겠다. 나 이스라엘의 거룩한 하나님이 너를 속량한다'고 하셨다. (41:14)

내가 너를 날이 날카로운 새 타작기로 만들 터이니, 네가 산을 쳐서 부스러기를 만들 것이며 언덕을 겨로 만들 것이다.(41:15)


네가 산들을 까불면, 바람이 그 가루를 날려 버릴 것이며, 회오리바람이 그것들을 흩을 것이다. 그러나 너만은 나 주와 더불어 기뻐할 것이며, 나 이스라엘의 거룩한 하나님을 찬양할 것이다(41:16).

라고 말씀하시나,
나는 외려 불안과 공포가 생산한 낙담이 나를 까불어 내가 가루처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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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어둔 아침에 나는 이런 글을 끼적여 댔었다. 전투를 앞둔 복서가 지레 겁먹고 오그라 들듯.


낙담은 나의 힘


내달린다.
내 앞서 내달리는 내달리는 것들을 본다.

내달리는 불안을 본다.
내달리는 공포를 대한다.
내달리는 불안과 공포는 내달리는 낙담이다.

낙담이 내달리게 하고
낙담으로 내달아 광야 끝 숨통을 스스로 조이고자 하지만
낙담은 결단코 그 끝에 이르지 못한다.

낙담은 내달릴 수도 없는
낙담은 발 없는 무기력의 다른 이름이기에

낙담은 귀 없어 들을 수도 없는
낙담은 소리 없는 환청 속 몸부림이기에

낙담은 보고도 볼 수 없는
낙담은 눈 없는 망상 속 옥쇄이기에


낙담은 지팡이를 의지해서도 설 수 없는
낙담은 뼈대를 상실한 이미 엎질러진 물 같기에 

낙담은 자살에도 이르지 못하는 식물인간의 자해 소동이기에
낙담은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눈뜬 주검이기에

눈 없어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귀 없어 일 데시벨(decibel)도 감지할 수 없는
발 없어 일보(一步)도 전진할 수 없는
허리 없어 기침(起寢)할 수 없는

눈 없고, 귀 없고, 발 없어, 척추 없어
보고도 볼 수 없고, 들어도 들을 수 없고, 내달리나 내달릴 수 없는, 서나 설 수 없는 

낙담은 산 주검을 낳고
숨 넘어가나 절대로 숨넘기지 못하는 산 주검으로
천 년을 견디게 한

나를
썩지도 삭지도 않게
지탱해 주고 있는

낙담은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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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도,
나는 강단에서는 다음 말씀을 대언(代言)했다.
대언(代言)을 목청 높여 대언(大言) 했다.

☀☀☀

그러나 나의 종 너 이스라엘아, 내가 선택한 야곱아, 나의 친구 아브라함의 자손아! 내가 땅 끝에서부터 너를 데리고 왔으며, 세상의 가장 먼 곳으로부터 너를 불러냈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의 종이니, 내가 너를 선택하였고, 버리지 않았다고 하였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니, 떨지 말아라. 내가 너를 강하게 하겠다. 내가 너를 도와주고, 내 승리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주겠다.


너에게 화를 낸 모든 자들이 수치를 당하며 당황할 것이다. 너와 다투는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자들처럼 되어서 멸망할 것이다.
네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너에게 대적하는 자들은 만나지 못할 것이며, 너와 싸우는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허무한 것 같이 될 것이다. 나는 주 너의 하나님이다. 내가 너의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돕겠다.(사41:8-13)

가련하고 빈궁한 사람들이 물을 찾지 못하여 갈증으로 그들의 혀가 탈 때에, 나 주가 그들의 기도에 응답하겠고, 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겠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 내가 광야에는 백향목과 아카시아와 화석류와 들올리브 나무를 심고, 사막에는 잣나무와 소나무와 회양목을 함께 심겠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주께서 이 일을 몸소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이것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사41:17-20)
☀☀☀

그랬어도,
강단을 벗어나자 - 그 기계적 대언(代言)을 마치자 마자,
나는 오늘 역정을 발했다.

나의 힘인 낙담,
에서 뿜어져 나온 단풍처럼 불콰한 역정을.

그랬어도,
아이들은 '아빠 힘 내세요 ♬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격려를 보내줬다.

역정을 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