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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골든 리트리버

2012.11.13 22:48

김성찬 조회 수:637 추천:43

영혼일기 1121: 골든 리트리버  
2012.11.13(화)



골든 리트리버


 

LPG가스통에 시퍼런 불꽃을 들이대면서

백주 대로를 장악한 북파 공작원들이

몸서리치고 있다

 

정해진 사료만 먹어야하고
지정 된 장소에서만 잠자야 하고

발을 밟혀도, 바늘로 쑤셔대도 절대로 반응해선 안 되고

하달 된 명령 외에는 움직여서는 안 되는

군것질도 곁눈질도 엄금 된

미적분 풀이보다 더 지난한 훈련으로

하루를 다 못 채우고 죽을 존재로

선택 된 골든 리트리버*

불꽃 같은 오열로 밤을 지새우는

낙타 무릎으로 골고다 해골의 언덕까지 죽어도 지고가야 하는

점지 된 길, 비아돌로로사*

 

선택되어진다는 것이 존재의 망각임을 깨달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백주(白晝) 대로(大路)의 화염으로 치솟으나

내 뜻 아닌 당신 뜻만이 뜻되는

존재하나 존재할 수 없는

우리는 맹인견

 

백주 대로의 가스 불꽃시위는 존재의 존재를 망각한 불충(不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울부짖음도 없이 애통함도 없이

젖 먹이 아기 소를 뒤로하고

벧세메스*로만 내걸은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선택 됨의 완성을 선택한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우리는
골든 리트리버


 

* 골든(드) 리트리버 - 맹인 안내견(Sighthounds)

* 비아돌로로사 - 슬픔의 길(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던 길)

* 벧세메스 - 구약성서에 나오는 젖먹이 소가 새끼들을 뒤로하고 멍에를 메고 묵묵히 그 주어진 사명을 감당했던 사건의 목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