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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 말의 귀환(歸還)

2012.04.12 10:12

김성찬 조회 수:528 추천:30

영혼일기 968: 말의 귀환(歸還)
2012.04.11(수)

말의 힘이 무섭다.
오늘 제19대 총선이 있었다.
선거 막판 막말파문에 휘말린 야당이, 정권심판이라는 호재를 선점하고서도 결국 밀렸다.

말의 귀환(歸還).
그 말 때문이다.
그것도 과거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떠든 막말 때문이다.

말은 살아 있다.
과거,
그 과거가 어제든, 7년 전에든, 가인의 시대이든
말에는 과거가 없다.

말은 무섭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말은 사망이 없다.

밤에 잠결에 들려 온 말에 식구들이 일순 폭소를 터뜨렸다.
밤늦게 귀가한 막내 나리가 집안 들어서면서 무심결에 내뱉은 이런 말 때문이었다.

“나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 엄마가 이명박 찍으라고 했는데, 실은 정동영 찍었다.”
혼잣말로 명빠, 엄마를 놀리다가,
“그래도 나 오늘은 아빠가 시킨 대로 정통민주당 찍었어, 15번 정통민주당. 근데 정통민주당은 뭐야?”

우리는 데굴데굴 굴렀다. 순진무구한 정치 백치미, 디자이너 막내 나리가 내뱉은 그 무사(無邪)한 말 한마디에, 우리 가족은 일순 웃음보를 터뜨렸다. 대학원에서 정치경영학을 공부하는(정치경영학? 그런 학문도 있나? 하긴 정치신학도 있는데 뭘.) 큰 딸 예리가 그 말을 듣고 더 낄낄댔다.

“뭐야∼, 정통민주당이. 사표(死票)야, 사표. 15번 찍은 사람은 너하고, 아빠밖에 없을 거야! ㅋ, ㅋ”
“고뢔?”

나도 거들었다.

“그래, 잘∼했어, 잘했어. 아빠 말에 순종한 너, 참 착한 아이야. 근데 너 친구들한테는 정통민주당 찍었다는 말은 하지마라.”
“왜? 아빠가 찍으라고 해 놓고?”
“암튼, 쉿…….”

정통민주당 세력인 나는 이젠 구세대다. 알아서 물러나야할 퇴물이다. 구시대의 유물 된 15번 정통민주당을 아이에게 찍으라고 했으니. 애조차 빗살무늬토기 취급 받을까봐, 나는 쉿…, 그 특명을 발설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ㅋ, ㅋ

그러나 나는 정통민주당 세력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이번 야권 연대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난 대선 때에도 나는 정동영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는 말은 아니다. 난 지난 대선 때 첨으로 기권을 했었다. 노무현의 지역주의적인 협량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정당투표에서는 민주통합당을 찍지 않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 노무현 세력의 부활 때문이다.

그 정치 집단은 의리와 철학도 없는 지역주의에 매몰된 소인배 집단이다. 대북 특검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 지지자들의 99%가 반대한 대북특검을 노무현이 받아들인 이유는 분열적 지역주의 탓이다. 정권욕에 눈먼 김영삼의 비굴한 삼당합당으로 비호남대 호남이라는 구도로 내몰렸던 평화 민주당 시절, 외롭게 나부끼던 황색 깃발이 대통령까지 배출할 만큼 외연을 넓혔는데, 부산 노무현정권의 분열적 지역주의 계략은 50년 전통 민주화 세력을 갈가리 찢어 발겨 버렸다. 대구 지역 패권주의에 더해 부산 분열적 지역 패권주의까지 보태져, 이젠 대구․부산이 아니면 이 땅에서는 행세할 수 없는 특정지역 패권주의에 우리는 매몰되어 버렸다. 노무현은 전 국토의 경상도화에 기여한 박정희 이중대다. 친노 그룹이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자신의 분파, 분열주의를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노무현의 아류다. 그런 막가파식 아류들의 부활은 역사 진보는커녕, 역사발전조차도 이룰 수 없다.

둘, 야권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에 색깔을 입혀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무서운 거다. 내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유시민 류(類)으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들의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색깔을 전통 민주당 노란 색깔에 덧칠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공천 결과가 정권심판이라는 호재를 망쳤다고 생각하는데, 한광옥 같은 건강한 정치인을 내치고, 김진표 같은 합리적인 분을 공천배제하려 들었고, 막말 김용민 같은 이를 그것도 ‘전략’ 공천한 세력이 야권통합의 주도세력인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노무현 세력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의 색깔로서의 이념에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특히 신앙적으로는 더더욱 그렇다. 정말 신앙적으로 그들은 마약성 약물류에 취한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자들이라 여겨진다. 적어도 전통 민주당은 교회말살정책을 표방하지 않았다. 하도 극악무도하게 흑색선전을 해 놔서 그렇지, 김대중 선생만큼 신앙체험에서 우러른 예수정신으로 고난을 이겨낸 분은 역사에 흔치 않다. 조․중․동, 그런 시시한 신문 대신, 그분의 『옥중일기』를 한 번 읽어 봐라.

정통민주당 세력들은 민주화를 열망했지, 교회를 불태운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 대형교회로 대표하는 한국교회가 부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교회당을 태우고 싶겠지.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디 교회의 신앙고백만큼은 훼손하지 마라. 그런데 무신론적 사상이나 이념 또는 급진적 자유주의 신학에 기반을 둔 세력들이 이번에는 야권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경계를 넘어왔다. 위기다. 교회의 위기다. 민주화, 지역주의 타파, 평화통일을 원했던 황색 깃발에, 저들 사이키델릭한 혼색을 그들은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물들여 버렸다. 그 영적 혼색에 우리 젊은이들이 혼미해 지고 있다. 내가 아이에게 15번 정통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이유를 나는 이상과 같이 설명해 줄 수 있다.

셋, 그들의 말 바꾸기가 역겨웠기 때문이다.

F.T.A 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건에 대한 현 민주통합당의 지도부의 말 바꾸기가 전혀 당당해 보이지 않아서이다. 자기네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추진했던 양대 사안이 아닌가? 말을 바꾸려면, 국민들이 이해할 만큼 양해를 구한 후, 떠들어 댔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다. 아무리 우매한 민중이라도, 현란했던 정치인들의 말을 다 기억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말의 귀환(歸還) 때문이다. 말 바꾸기를 문제 삼는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이 정당 정체성을 판가름해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신뢰가 싹트기 때문이다.

거기다 더해 김용민의 막말의 귀환(歸還)은, 내가 야권통합을 지지할 수 없는, 위 세 가지 이유의 총합, 그 결정판이었다. 그는 “막가자는 거지요?” 놈현스럽고, “교회를 불태워라” 유시민스러웠다.

김용민 막말 사건에 대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자제를 당부했다.

적어도 교회는
그를 욕하는 대열에 앞장 서지 마라.
왜냐하면,
그는 교회가 낳은 아들이기에…….

그렇다. 그는 교회가 낳은 사생아다. 그를 패륜아로 만든 것은 교회다. 세상적인 탐욕과 이기심에 물든 교회가 오늘의 그를 낳았다. 예수가 아니라 교회다. 목사들이다. 김용민 물러가라고, 강단에서 저자거리에서 피켓들로 핏대를 올리던 목사들이 오늘의 김용민을 낳았다. 그러니 교회는 잠잠해라. 김용민 물러나라고 정략적 핏대를 올린 목사들의 말도, 이후 역사에서 복기될 것이다. 암튼 할 말이 없고, 씁쓸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회의 아들, 목사의 아들 김용민은 그 말에 졌다.
그의 병든 신앙고백에 스스로 무너졌다.

기도한다.
비록 교회가 병들었어도,
그 교회를 출입하는 젊은이들만은
성령께서 그 보혈의 피로 덮어 보호해 주시기를…….

욕나오는 교회
욕할 수없는 눈물의 밤을 허하시길
간곡히.

말의 힘은 무섭다.
말은 반드시 살아 돌아오기 때문이다.

어김없는
말의 귀환(歸還)

빈 말,
메아리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