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4: 詩/회귀(回歸)
2012.04.17 23:23
영혼일기 974: 詩/회귀(回歸)
2012.04.17(화)
詩/회귀(回歸)
반 무릎으로
나는 답하네
회귀(回歸)하겠노라고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인간 예수의 문재(文才)에 취해
세상도 나도 봄도 잊고
부푼 가슴으로 열강(熱講)을 꿈꾸며 나선
예수 언어 나들이 길
1호선 인천행 서울신대역을 종점삼아
시발역을 갓 떠난 열차가 한, 두 걸음 내딛다가
인근 회기역에 막 진입하던 순간
휴강(休講)을 명하는 긴급 전통(電通)
퍼펙트 일보 직전 강판 당한 투수처럼
긴 그림자를 앞세우며 덕 아웃으로 터벅터벅
곧추 세우지 못한 무릎으로
나는 답하네
회기를 기회 삼아서라도
회귀(回歸)하겠노라고
돌연 무장해제 된 의무감에 허탈하여
반 무릎으로 회귀하던 중
계단을 헛딛어 뒤뚱대다
눈에 든 에스-오일 LPG 간판이 오늘따라
더 샛노랗네
화사(花蛇), 봄볕에 비늘 벗듯
우수수 떨어져 안기네
벚꽃 비늘들이
송화 향기에 취한 듯 송화기가 절로 들리네
켜들고 눈을 들어
꽃 눈 하늘 전령과 접속 하네
봄에 복무하겠노라고
복무하는 봄보다
더한
의무는 없다고
하롱하롱
반 무릎이 풀리며
봄볕 속으로 원대복귀
쿵쾅쿵쾅
내가
걸어 들어가네
솜사탕 같은 열강(熱講)도
빈 수레 헛 말도 없는
태초에 있었던,
언어 없는
그 언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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