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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사랑, 그 무례함에 대하여

2012.05.13 21:19

김성찬 조회 수:690 추천:24





영혼일기 997: 사랑, 그 무례함에 대하여

012.05.13(주일)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 것.(성경)-


-무례(無禮)란, 예의 없음이다. 그런데 그 무례의 복합어에 이런 관련표현이 있다.


*은근무례(慇懃無禮) 지나치게 정중하고 겸손해서 도리어 예의가 없음. 지나치게 은근하여 도리어 무례하다.
*오만무례(傲漫無禮)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하여 예의가 없음.
그리고,
*야반무례(夜半無禮) 어두운 밤에는 예의를 갖추지 못한다는 말.


그건 분명 오만무례가 아니었다. 
은근무례도 아니다. 나는 비위 좋게 구는 넉살이 좋은 편도 아니다.
굳이 있다면,
야반무례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냥,
이내 가버린 봄날 여운을
더불어 즐기고픈 철부지 낭만이
내 눈을 멀게했으리.

눈 멀어 만사가 어두어졌으니,
왼종일 25시 어둔 밤인데,
그 누가 예의를 갖춘단 말인가.
어떻게 예의를 갖출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다고?
눈 먼 ? 사랑이 무례하지 않는다고?
무례하지 않는 사랑이 사랑일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사랑은 무례하지 않는다는 말의 참뜻은 과연 뭘까?

사랑에는 무례가 없다.
사랑의 무례를 무례라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랑은 날샌 사랑이다.

사랑은 무례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는 무례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는 무례를 행하는 것이다.
참사랑은,

서쪽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석양(夕陽)을,
무례하다고 탓하는
산하(山河)는 없다.

강물에 걸터 앉는 붉은 태양을
개울은 무례하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지는 햇빛,
저 낙조(落照)를 보듬어 안아,
천지를 황홀케 해주는
저 산하(山河)는
무례없는 사랑으로 도도히 흐른다.

그대들 어깨를 타고 넘는,
이 낙조의 무례를
절대로
무례로 셈하지 말라.

무례없는
그 사랑으로,
나로
이 황혼을
황홀케 하라!

그대 -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