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 봄맞이
2012.05.18 21:22
영혼일기 1002: 봄맞이
2012.05.18(금)
봄맞이
겨우내 꽁꽁 언 창틀을
죄다 떼 내어
긴 겨울 속살 묵은 때를 벗겨 내느라
우물터를 오가며
물오른 수세미질로
찌든 겨울 한 허리를 훔쳐냈더니
물살에 할퀸
검지 손톱 밑동에
노독으로 부풀어 오른
진달래 꽃 숲
봄이다
봄
윤삼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입하도 지난
오월 하고도 십 팔 일인데
오늘이 봄인 이유는
겨울을 훔쳐 낸 후에야
오는 봄
봄은 겨울을 청산해야만 오는 법
오늘은 오일팔
그 빛고을(光州))에 과연 봄이 왔을까?
잔혹하고 무독하게 굴었던 맹동지절(孟冬之節)에도
천하 만민의 가슴을 천불나게 했던
동장군(冬將軍)을
소탕해 버린 기억 없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훔쳐 낸 적 없어
아직도 한 겨울인
오일팔에
한나절 부산을 떨었다고
진달래 꽃 숲 우지끈 부서지는
봄을 맞은
나는
여전히 백야(白夜)인
오일팔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일팔에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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