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해미海尾 에서
2012.07.13 22:49
(가족 나들이 - 수화림/고암 이응노의 집/해미 순교 성지/해미 읍성)
영혼일기 1024 : 해미海尾 에서
2012.07-12(목)-13(금)
해미는
내 의식의 이니스프리 호수섬이었다.
그동안 서해안 고속도로를 오가면서,
나는 그 언젠가 그 '해미'에 기필코 접안接岸하리라, 다짐해 왔었다.
내가 한국 땅에서 젤로 좋아하며, 연모해 왔던 지명 해미.
해미를 내 임의대로 海尾, 나는 '바다 끝'이라고 읽어 왔었다.
해미는 반드시 내 감성적 암시대로 海尾여야만 했다.
내가 언젠가 찾아들 해미는 반드시 '바다 끝'이어야만 했다.
그 바다 끝 해미는,
땅 끝 해남처럼, 막장 아리랑의 정선처럼, 메아리도 없는 항변 5.18의 광주처럼, 그리고 삼 백 년 원한 서린 가없는 절개 - 목포의 사랑처럼, 바다 끝 해미는 끝이어서 끝을 모르는 항변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에 든 표지는 해미는 海尾가 아니라 海美라고 불을 밝히고 있었다. 천박했다. 그 '해美'는 그냥 흔해 빠진 이름 '美子'의 다름이 아니었다. 통속 소설의 주인공일 뿐이었다. 적이 실망했다. 나는......
재산財産인 자식들이 자리를 마련한 해미 수화림(水花淋) 펜션은 나름 때깔이 고왔다.
1박2일, 첫날 홍성 고암 이응노의 집, 이튿날 해미 순교 성지, 해미 읍성을 돌았다. 예상 밖에 알찬 여정이었다.
그 뜻밖에 알찬 여정을 통해 나는 해미는 과연 '해尾'임을 확인했다.
끝내. 잔인무도한 군사독재에도 붓을 꺾지않았던 고암 이응노의 예술적 자유혼,
끝내, 목숨 내 던져 신앙을 지킨 해미 순교 성지, 그 1 천 여명의 신앙적 자유혼,
끝내, 바다 끝, 마을을 사수한 해미 읍성의 민족적 자유혼,
비록 해미는 작은 고을이었지만, 바다 끝에 처한 까닭에 '끝이 뭔지 모른 끝' 마을 답게, 끝없이 사는, 영원히 사는 법을 그들은 생래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던가 보다.
'끝을 모르는 끝.' - '죽음조차 끝이 아니라, 그 죽음이 영생에 잇댄 관문'임을, 해'尾' 사람들은 죽음으로 우리에게 보여 줬다. 그들은 과연 '해尾 사람들'이었다. 천박할 수 없는 해美, 사람들이었다.
겨우 1박2일, 서울에서 불과 150여km 거리에 위치한 이 고을이, ' 나'에게,
'끝의 끝 - 尾學 = 美學' 을 나에게 선사했다.
이제 나는 다 끝났다고, 끝장 푸념을 내뱉는 이들이여, 해미로 오라.
그 바다 끝 마을에서, 바다 끝이어서 아름다운 마을에서
'尾學'을 탐하라.
그 끝없는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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