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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천 길 135km

2012.08.02 23:50

김성찬 조회 수:685 추천:35






영혼일기 1030: 천 길 135km
2012.08.01(수)


가장 현대적인 것이 가장 근대적이다. 이상과 같은 명제를 나는 작금 깨쳤다. 최근 나는 카카오스토리에 가입했다. 그동안 그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이들의 심심찮은 손짓이 있었지만, 나는 손사래를 쳐왔다. 생경했고, 외연을 넓혀 서로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랬는데 나는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다시 바꾸면서 맘을 바꿔 그 스토리를 훔쳐 보게 되었다. 첨단 문명의 이기 속에 어제의 내가 있었다. 과거 속에 미래가 있듯, 미래 속에 과거가 있었다. 오래된 미래가 과거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미래이듯, 오래된 과거은 미래 속에 깃들어 있었다. 천 년 전 사태 속에 우리는 함께 있었고, 나는 그가 아팠고. 그는 내가 아팠었다. 세월밖에는 약이 없던 나는, 천 년 세월의 흐름 속에 나의 그를 망실당하고 있었던가 보다. 그리워해 본 적은 없었을 터. 단지 궁금해 했음은 틀림 없었을 터. 아니, 나는 그를 궁금해 할 수도 없이, 내 헌데나 핥고 있는 형국이었으나. 그는 나를 훔쳐봐 왔던가 보다. 그런 과거인 나의 그를 내가 훔쳐보게 된 것은, 가장 현대적인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였다. 가장 현대적이 문명의 이기 속에 그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는 나의 근대를 복기해냈다. 그런 그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 육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애달픈 스토리를 그 스토리는 나에게 전해줬다. 나는 그가 아프다. 그랬다. 나는 천지사방을 떠도는 카카오스토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아프다. 그랬다. 나를 아파한 그가 아파서 안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천지에 나를 아파한 유일한 그의 내가 아파서는 안 된다고,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나는 그를 전혀 외면한듯 세월을 견뎌왔다. 기대는 없었고, 믿음은 있었다. 그가 영존하리라는 믿음이. 나의 그가 그의 내가 옳았다는 믿음이 나의 그 안에서 영존하리라는 불변의 믿음이. 마르다 스토리는 그런 그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되었다고 전해줬다. 늦장을 부려도, 메시야는 회생케하는 권능이 있지만, 서둘러도 나는 나의 그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 여겼기에, 나는 득달같이, 하이웨이로 뛰쳐 나갔다. 주차장 된 고속도로에서 축지법은 불가능했어도, 단 네 시간만에 천 년의 단절을 타고 넘는 축시법은 가능했다. 나흘만에 그 무덤 앞에 섰어도, 구 만리 주검을 코 앞 오늘로 환원시킨 예수의 축시법처럼. 나는 오늘 무려 천 길 135km를 돌파했다. 천 년을 네 시간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