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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고래고래

2011.05.11 21:34

김성찬 조회 수:629 추천:33



영혼일기 721: 고래고래

2011.05.18(수)


말할 힘은커녕

소리 낼 힘조차 없어


소리를 앓는
앓는 소리로
앓는 현실을 앓는 힘을 얻어
앓는 소리를 앓는다


천 년 흰 밤

꿈결에서조차 앓는 속앓이는

의식으로는 어거할 힘조차 없는

막장 현실이 경화된

무의식적 속살 옹이의 신음


밤낮을, 상황을, 체면을

고려할 수 없이

자율신경조차 마비 된

어혈 된 가슴앓이를 시도 때도 없이

토해내며

 

죽은 자는 앓을 수도 없다는

극단적인 위로로

반기는

막힌 숨통에 심폐소생술을 스스로 강제하는

말도, 소리도 아닌
벙어리의 외마디 비명


살아오며,

억지로 십리를 동거하며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신다는

신음조차 사치인 이들에게

핏대 세워 전한 말씀들이

외려 자기처방을 위한 푸념이었음을

강단 위 자기 체면이 자기기만이었음을

숨넘어가던 이아침에 확실히 깨달았나니


오리를 가자해서 십리까지 가줬다고

자고했던 인간애가

여지없이 그 바닥을 선 뵌 가슴앓이로
삶과 죽음을 한식경 이상이나 오간
이아침에 숨넘어가던 가슴앓이

더 이상 살 소망조차 끊겨
더 이상 아플 것 같지 않은 기막힌 한 생

그 막장이 선뜻 반겨지는
육신적 고통을 넘어서는 타계의 기대


내칠 수도 없는

여린 인정


벗어 날 수도 없는

용기 없는 자기 연민


스트레스를 줄여라

그림자를 걷어내라

해법 없는 넋두리를 내뱉던 내과의사의

앓는 소리 완화하려 드는

허망한 처방으로 손에 쥐어 준
약봉지를 확 찢어 입에 털어 넣으며


된 소리를 질러대다가

그의 제자들에게 한 소리당한

두 소경들처럼

그 벽을 넘어 더 더욱 고래고래 질러댄 소리로

구원에 이른소경되길 소망하며


속 뵌 강단의 빈 말 따윈 이젠 걷어치우고
앓는 소리라도 맘껏 앓아 뱉을 수 있는

스크림 룸이라도 진종일 허락되는

시공적 시혜를

유한한 이 땅에서 윤허되길 바라며

이젠
이후로
그리되길 앙망하며
립싱크로 발하는
고래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