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2: 詩/ 예쁜 말
2011.08.14 22:21
영혼일기 772: 詩/ 예쁜 말
2011.08.14(주일)
詩/ 예쁜 말
8·15를 하루 앞 둔 주일에
8·14 주일에
8·15에 심취해 8·14를 8·15로 오타를 친
주보의 오자(誤字)를
뒤늦게 발견한 순간
주보에 철자
한 획
잘못 입력 했다며
행정을 이 따위로 하느냐, 하나 보면 열을 안다
의도가 뭐냐, 내게 무슨 불만이 있느냐
묻고 물고 따지다가
교정에는 박사가 없다는 너그런 속설을 외면한 채
느닷없이 행정목사 쪼인트를 까댄
옛사람의 잔재를 호기롭게 떠벌리던
북쪽고을 전직 장성출신 장로의 무개념 무공담이
실제상황인 양 뇌리에 일순 번뜩여
팔을 반쯤 펴 디밀어 댄
오타 친
주보 한 장
하루가 급했나 봐요
해방이 그립고 아니
다시 오실 주님을 너무나도 사모하시다 보니
8·14를 8·15로 바꾸셨나 봐요
사십주사십야 쏟아져 내린 노아의 홍수인 양
장마에 연 이은 이상기후 아열대성 긴 폭우에
하루도 빠끔한 날 없던
눅눅한 일상에 젖어 살던
습기 찬 손목이
제대로 작동 못해 범한 오타
8·14인 8·15를
왜놈 순사의 무차별 구타대신
날마다 8·15 되게 한 해방자 당신 고마워요
예쁜 말 한마디로
이등병으로 강등될 뻔 했던 나를
재림대망자로, 영험한 계시자로 곧추세워 준
고슬고슬한 당신은
지린 현실에서 벗어나
속히 망명하고픈 구슬구슬한
나의 한 줌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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