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戀書), 그 청학리로
2008.06.21 12:10
연서(戀書), 그 청학리로
함께 단단하게 늙어가자며 공동의 취미로 헬쓰를, 조깅을, 싸이클링을 즐기던 오목사부부가 결국, 함께, 날마다, 노방전도하기를 공동의 취미생활로 정했다는 숨 막힌 비보를 전해 듣고도 모두들 대견하다느니, 부럽다느니, 잘했다느니 맹한 찬사에 찬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슬프고 아까운 빈말들을 지켜보면서 사람 하나 죽이는 일이 별거 아니구나 싶어 나도 그 숭고한 결단 높이 치하한다는 생각 없는 글발 휘갈겨대어 그들 목숨 재촉하는데 일조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아끼는 후밴데 가이없는 사명 중독증에 빠져 죽게 할 수가 없어
숨 한번 고른 후,
단 댓글은 -
우리 청학리 지하 노래방에나 가서
아,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사모의 일생
뽕짝이나 한번 가슴 터지게 불러 보자고
유혹을 했나니
청학리로 가서
애틋한 첫사랑의 향취가 묻어나고,
발가벗고 뜀박질해도 나무랄 이 하나없는
우리 안의 익명의 섬
그 청학리로 가서
부나방처럼 활활 육체를 불사르는 불덩이 속으로 파고들어
영혼의 노역에 절은 껍데기
확, 확, 불살라 버리자고
산소처럼 경계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세상도 없고 나도 없는
육신 사랑 실컷 한번 해 보자는
청학리로, 청학리로
소리 소문 없는
그 청학리로
꽃 뱀 허물 벗듯
우리 죄다 한번 벗어 보자며
겨울외투로 한여름을 나려는 오목사 부부를 보쌈한
그 연서(戀書),
종국, 다다를 수 없는 그 익명의 섬으로
날,
유혹한 연서(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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