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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 국민언니

2011.03.25 10:37

김성찬 조회 수:947 추천:59



영혼일기 688: 국민언니
2011.03.25(금)


국민언니


세상물정 어둔 우리를 판촉대상자 삼아
두당 2만원에 천리 길 너머 거가대교를 오가게 해준다며

동틀녘 공복에 불러내
우리네 날 샌 허기를 한껏 채워 준
유채나물,봄똥겉절이,명태코다리,튀긴닭다리,찰밥,수제송편,모닝커피
분에 겨운 풀코스 조반상은

만선의 욕심을 꿴 그녀의 저인망

 

하루 종일 굶어도 다시 허기질 일 없도록
배터리 완벽 충전해 놓고는

제 분풀이 다 할 때까지 예정에도 없던 매장까지 돌고 돌아
건강 홀대한 네 죄를 니가 알렸다 일장훈시 후
인해전술로 문 막아서서
단돈 2만원에 볼모된 인질 사이사이를 물길 놀래미처럼 헤집으며
허허로운 우리네 호주머니를 샅샅이 훑었어도
 
1박 2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날마다 새론 창조에 어제를 잊고
그녀를 그만
우리는 국민언니라 불렀으니

돈은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며
이내 다가올 카드대란조차 잠시 망각하고
모처럼 사람행세한 호기만장한 낭비에 감복해
자위하며 상호 위무하며 돌아오던 차중에서

사람을 물건 삼는 기망행위의 삐끼 된 제 신세가 처량해
첫 아침 새 고객들 홀릴 찰진 미끼를 제 살에 꿰며
이번엔 얼마나 털어야 모진 욕 안 먹을 건지
마른 푸념을 그녀가 새벽 찬 공기에 내뱉더라는
그 누군가의 귀엣말이
확 털어야 먼 데 내보낸 자식들 거둬 먹일 텐데
내 독심술에 그리 해석되어져

1박2일 시속 100K로 질주하는 차속에 가둬놓고
우릴 깔끔히 털었어도
욕할 수도 절대로 미워할 수도 없는 그 미더운 삐끼를
국민언니라 불렀던 일은
천국에서 상 받을 만한 참 인간적 호명이었다며
가슴 뻐기던 귀경길에서

다시 불러 본
진창길에 몸 내던져 그네들의 진심을 대표한
그녀는 우리네
국민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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