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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인간이

2007.12.11 09:59

김성찬 조회 수:825 추천:47

모진 인간이
                                    

시신屍身을 기증하겠노라 서명을 하고 돌아와 누운 허전하고 서늘한 밤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내 영혼이 어둠을 더듬어 다시 밤을 밝힌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가 싶었는데 여전히 깨어 함께 뒤척거렸다는 듯이
아내가 단절된 어둠을 넘어 말을 건네 온다 정말 기증하실 건가요
정말?? 그래, 정말이지……
그게 당장 살점 뚝 떼 내어 주는 것도 아니라는데, 머―언 훗날 일이라는데
살아 생명 떼 내어준다는 이도 있다잖아, 다 죽고 난 후에 일인데 뭐
혼잣말로 중얼대며 아내를 본다
까만 불빛 사이로 비친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살아서도 온전히 독차지해 보지 못한 남편을 죽어서조차 잃어야하는
서러움 때문일까
여짓껏 살아 따사로운 미소 한 모금 보낸 적 없는 모진 인간이
짐짓 자비의 화신인 양, 그리도 선뜻 제 몸 팽개친 만용이 애처로워 뵌 걸까

다시 한 덩이 돌로 돌아누운

이 밤, 깊고 한없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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