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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2011.01.15 21:43

김성찬 조회 수:883 추천:53

영혼일기 643: 애도
2011.01.15(토)

애도

체감온도 영하 26.5도. 삭풍 한설에 강토가 얼었다. 나는 얼어붙은 강토를 애도하지 않는다. 그 누군가의 부음도 들었다. 나는 그 죽음에도 애도하지 않았다. 애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는 애도할 수 없다. 하늘 눈물조차 떨어져 내리다 차마 땅에 스며들지 못한 채 처마 끝에 굳어 단단한 주검 된 차디 찬 세상은 나의 애도를 시린 허공에 매달아 버렸다. 밤이 얼었는데 메트로폴리탄 이글루 빙벽을 뚫은 문자가 찬 공기를 깬다. 나는 문자를 확인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 누군가의 황급한 SOS도 삶을 피해 조각조각 얼음 파편 되어 소멸해 가는 내 시린 심사를 파고들 수 없다. 누구에게 내밀 찬 손도 없다. 그 누구의 온기 가득한 손길도 나는 바라지 않는다. 내 맘속의 노점상들은 깡그리 철시해 버렸다. 내 품에서 노닐던 천둥벌거숭이들을 방한복으로 무장시킨 대박 난 온난화의 주범들의 파안대소만이 유월의 태양처럼 작렬하고 있다. 냉철했던 지구의 정수리가 서서히 식어가자 가슴이 냉골 되는 엄혹한 이 천리(天理). 제철 잃은 삼한사온 말라리아를 내가 앓고 있다. 방한복도 없이 한대를 즐기는 겨울나무들의 미동조차 없는 굿굿함을 이해할 것만 같다. 내밀 손도, 뛰쳐나갈 맨발도, 애도를 흘릴 눈물도 없는 사철 푸른 소나무의 싯퍼런 겨울 기상을. 삭풍만이 서러운 빈 가지를 스치는 가난한 신음조차 내안에서 지금 얼어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