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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 詩/ 걸레가 된 성자

2011.06.15 08:21

김성찬 조회 수:1186 추천:69



영혼일기 740: 걸레가 된 성자

2011.06.15(수)

 

 

詩/ 걸레가 된 성자

 

 

어제,
일세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성자가 된 청소부, 는

내 시편이 아니기에 읽지 않았다

청소부의 입신양명이 대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적어도 청소부일수 없는 내가

청소부가 성자 된 기적에

기척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오늘,

드문 성자였기에 한때 아비 삼았다는 영의 아들이

개혁의 아비가 닻이 아니라 덫 되었다며

새 역사를 쓰자고 존속살해조차 마다하지 않는 원초적 본능으로

원 아버지 집단살해모의를 함께 도모하자며

아비를 발가벗겨서 거룩한 공교회의 첨탑에 내 건

걸개그림이

처처에 천방지축으로 피어나가

걸레가 된 성자가

흐느끼며 허수아비처럼 나부낀다

 

아비의 후장(後腸)을 터는 터부에도

제 몸에 기생한 패륜조차 제 탓인 양 고태의연하게

개혁이라는 채찍으로 아비를 후려갈기는

아들의 강공에 장삼이사들의 가슴으로는 이해할 길 없는
무장해제로 맞서


공동의 결의를 판정하는 의사봉까지도
해석 무망한 무자격자 손에 넘겨준 그 공명정대함하며
벗기고 벗겨봐야
순백의 진실만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양파 벗기기 마냥
술 취한 적도 없는데
뒷걸음질 칠 줄 모르는 아들 앞에서
바지까지 훌렁 벗어 달랑 죄다 백일하에 드러내 뵈며

 

행려병자들과 함께 할 병든 노구

뉠 누옥(漏屋)
단 한 칸이면 족하다고

마지막 황혼의 불꽃을 38년된 환우와 더불어 태우고 싶다며

제 아량인 양 사람 보듬는 개혁을 아들에게 기대며 바랐던
사유재산 전무한 아비의 땅 한 뼘 공유 읍소마저도
매몰차게 외면하며 등돌려


끝내,
무려 10년이나 선퇴장한 깔끔한 아비를 
제 경력관리 걸개그림 오브제 삼은

사철 푸른 소나무란 절대로 없는
일곱 빛깔 현란한 생의 오묘한 조화를
일생 푸르뎅뎅한 단색의 형벌로만 재단하려든

치기 어린 아들이 아비를 떠다박지른 불손마저도

 

단 한 마디, 절제된 감미로운 숨결로

이제 화 좀 풀렸는가? 그대!

넌지시 다 받아 주는 황혼의 문법을 구사하며

스스로 차단한 아들의 퇴로를

온몸으로 사력을 다해 열어 젖혀주는 참 아비

걸개그림 주인공 된 성자를
오늘 나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생의 전환기 종합검진에 나서는 이 날

온 밤 식음을 전폐하고

막장을 다 게워냈어도 보장 못할 막장을

궁중 내시에게 내 뵈어 줘야할

걸레 취급받을 순간이 초침처럼 다가오자

 

로만칼라를 목도리 삼아 평생을 산 나도

하산 길 날 선 돌부리에 삐끗한

Gossip 성자의 초상이

내일 나의 초상처럼 여겨지며

 

그 멀지않은 훗날,

더 날 선 그 누군가에게,

분명히 나도,

반드시 털리고 찔려

걸레 될 인생 종장(終章)이 두려운,

 

목구멍 속 깊숙이

막장 속 곳곳

전생을 투사하듯

위아래로 온 내장을 관통하는 내시경 검진 받으러 가는 날

 

남은 생을 가불(假拂)한
그 누군가의 인생의 종점에서

설핏 비친

다 내주며

훔치고 닦아주다

걸레가 된 어느 성자의

흐느적이는


날 훌쩍이게 한

낡은

실루엣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