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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끝이 아침인 인생

2013.07.24 08:35

김성찬 조회 수:3213 추천:32

영혼일기 1367 : 끝이 아침인 인생

2013.07.24(수)

 

저녁은 생의 종언을 가리키는 시간대다.

울음이 깃든 저녁은 만회할 기회가 없는 게임 종료 휘슬이다.

울음이 깃든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재기할 기회란 없다.

슬피 울며 이를 가는 25시의 탄식만이 그들의 몫이다.

 

그러나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창1:5-

창조적인 태초의 시간, 그 하루의 순서는 낮밤이 아니라, 밤낮이다.

 

그래서 시편 30편에 나오는, 울음이 깃드는 저녁은 인생 역전이 불가능한 마감 시간이 아니다. 비록 울음에 절어 있지만, 그 정도의 상태나 환경은 얼마든지 뒤집을 여유가 깨알 같이 널려 있는 1회 말이다. 기쁨의 아침을 잉태할 산통(産痛)의 시발(始發)이다. 모든 것이 끝난 뒤, 모든 것이 가능한 스타트 라인(start line)이다.

 

말씀은 뒤집는다. 시간을 뒤집어, 시말(始末)을 뒤집고, 등수(等數)를, 공과(功過)를 뒤집어 결과를 뒤집는다. 하여, 오전 9시에 온 사람과 오후 5시에 일터에 투입된 이들의 노동 성적표를 발표함에 있어, 나중 된 자가 먼저 된 자라고 말해 준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낮밤'을 입에 자연스런 '밤낮'으로 뒤집어 시간을 전복시키고, 현실을 까부순다. 미추(美醜), 빈부(貧富), 귀천(貴賤), 상하(上下), 승패(勝敗)를 뒤집어 인생을 역전시킨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시30:5-

 

울음이 깃든 저녁으로 시작하는 성서의 하루는 기쁨의 아침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아니, 마감하며 다시 하루를 연다. 새벽 기도는 감사로 하루를 결산하는 마감 시간이자 동시에 기쁨의 새날, 그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fanfare)다. 아무리 빨라도 늦은 후회로 탄식하던 밤이 되돌릴 길 없는 끝이라고 생각하던 이들이, 그 후회를 아무리 늦어도 빠른 회개로 바꾸는 시점인 새벽에 하루를 되 물릴 기회를 얻는다. 헌집 주고 새집을 얻는다.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니. 이는 재기의 기회를 허하지 않는다. 당의정(糖衣錠) 같은 인본주의 사상이 양광(陽光)만을 좇으며, 점철된 백주(白晝) 대낮의 과오를 회복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어둔 저녁을 낳았다. 해가 뜨고 져서,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는 크로노스의 시간에는 관용도, 역전도 없기 때문이다. 저무는 가 했더니 다시 밝아 오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그 태곳적 창조적 어순, ‘밤낮=밤과낮’에 ‘고통과 변화’라는 카이로스로서의 날마다 새로운 구원이 있다.

 

저녁이 고통스럽고, 밤이 두려운 자(者)여.

거절당한 백주(白晝)의 내침에 영혼마저 신(神)의 일식(日蝕)에 이른,

너 절망의 언어(言語)여.

 

속지마라.

끝이 아니니.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끝은 없나니.

 

낮밤없이, 라는 단어는 없다.

밤낮없이, 라는 단어는 있다.

 

사전적 의미로 ‘밤낮없이’란 ‘언제나 늘’이라는 말이다. 이게 창조적 어법이다. ‘언제나 늘,’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그 창조(創造) 동산에만 빛도, 하늘도, 꽃과 열매도, 새도, 짐승도, 사람도 있다. 그곳에는 무한한 재(再)도전의 기회도, 회개를 토해 내게 하는 용기도, 다시 정죄가 없는 용서도, 재기(再起)를 흔쾌히 허하는 배려도,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는 응답도,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도, 머리가 하늘까지 닿는 기쁨도, 죽음을 넘어선 부활도 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창조적인 카이로스의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 -창1:31-

 

끝이 아침인 인생.

끝이 아침인 우리.

 

끝이 아침인 우리에게는 사망조차도 우리를 엄몰(淹沒)하지 못하나니.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의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전15:55-

우리의 구원자, 십자가상의 예수는 끝이 아침인 구세주의 부활 승리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자신의 몸으로 확증해 주셨다. 세상을 이기신 그 부활의 아침에. 

 

Joy comes with the morning.(RSV)

아침과 함께 기쁨이 온다.

 

너와 나, 그래 우리 

끝이 아침인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창조 안에 있는 우리요,  

생명 안에 있는 우리요, 

승리 안에 있는 우리다.

 

다시는 속지마라.

세상 미혹에. 저녁이 끝이라고 가르쳐 주는

당신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공갈 때리는 세상에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인간들의 시간 계산법에.

생각 없이 물들어 있는

너여, 나여, 우리여. 

 

to You,

깨어나라! 털고 일어나라!!

 

창조의 시간은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의 끝이 광명한 아침이니.

인생의 끝도 찬란한 부활이니.

 

끝은 없나니. 

 

그의 노염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끝인)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시30편5절 말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