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9: 땅 끝까지 가려한다면
2013.07.26 08:52
영혼일기 1369 : 땅 끝까지 가려한다면
2013.07.26(금)
요즘 수시로 기척도 없이
집 나가는 아내가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구한다는
차폭보다 더 폭넓은 굴신 표지를 뒤통수에 매달고
낮은 포복으로 바닥을 기는
대로大路의 딱정벌레가
흘린 식은땀조차 다 말랐음직한
천년 같은 하루가 다지나가는데도
소식이 감감하다
찾아 나설 고속 엔진을 앗긴
한 치도 운신할 길 없는 안타까움에
타는 내장內腸의 배기량만 한껏 부풀어 오르고
속절없어
대책 없이 정차 중 뿡뿡 뿜어대는 매연 속에서
냉각수 분출 없는 메마른 와이퍼만 연신 깜빡이며
딱정벌레가 기어 돌아옴직한 코너 쪽으로
하이 빔을 환히 밝히고
해질녘까지 멀겋게 서있었다
땅 끝 일동까지 다녀왔다며
생각이 없어서 방법이 없었고, 기술이 없어서 용기가 없었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좌우로 치우칠 수도 없어
오직
한 길
땅 끝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직진할 수 있었다고
어깨를 으쓱이며
만날
생각 많아 방법 많고, 기술 좋아 만용을 부려대는
곁눈질 하느라
외길가지 못하는
내 잔재주를 비웃는다
광야생활 사십년
아직도
땅 끝에 다다란 본 적이 없는
땅 끝 행, 전업 운전자를
차선 바꾸기가 두려워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고, 달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으로 들어 선
전업주부가
땅 끝까지 가려 한다면
그곳이 마땅히 당도해야 할 목적지라면
직진만,
허리를 곧추세우고
두려워 떤 경건한 첫 마음으로
오직 앞으로만 가라고,
온리 앞으로만 가야 한다고
땅 끝을 밟은 만감이 교차 한 듯
빵빵
팡파르를 울려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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